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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발자국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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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9-16 16:41 조회2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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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아담의 발자국을 따라서』 쿰란출판사 2003 (285: 9,000) 

 

필자는 필리핀 루손 섬의 북부 지역에서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따 부족을 대상으로 선교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선교수기로, 선교사역의 어려움과 보람이 필자의 문학적 필치의 힘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쌀을 씻으러 간 제리가 돌아와서 나를 데리고 간 후미진 골짝 엉성한 억새 움막집에는 송장인 듯한 여자가 앙상한 뼈다귀를 얇디얇은 가죽으로 싼 채 죽은 듯 반듯이 누워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성큼성큼 다가갔는데 뒤에서 제리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가까이 가지 말라는 듯이 급한 말로 나를 말렸다. [중략] 저 사람들은 죽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내다버렸으며, 저 사람들의 병이 전염되기 때문에 더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중략] 그렇다. 화장을 하는 것이다. [중략] 먼저 어린아이를 안아다가 어미 옆에 나란히 뉘었다. 그리고 사방에 흩어진 걸레 같은 옷가지들을 모아서 벌거벗은 몸을 덮었다. 그때였다. 송장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중략] , 죽지 않았다. 시체는 싸늘한 법인데 차지가 않다. [중략]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분명히 죽긴 죽었는데 살아 있는 것 같다. 젊은 여인의 뼈만 남은 앙상한 가슴, 젖을 빨린 듯한 젖꼭지 두 개가 붙어 있을 뿐 바짝 달라붙어 정말 가슴 미어지게 하는 송장이었다. 산발한 곱슬머리가 윤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바람에 날렸다. 제리에게 기도하자고 했다. 그러나 세상에서 이렇게 천한 죽음을 맞이해 버린 송장, 예수님도 모르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 무엇이라고 기도할 것인가. 고개 숙여 물끄러미 두 주검을 내려다보는 내 가슴엔 터질 듯한 답답함이 숨통을 막는 듯했다. [중략]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른다. 분명 성령님의 인도였다. 시체 옆에 무릎 꿇고 억지 떼를 쓰기 시작했다. “하나님 살려주십시오. 예수님 당신께서 세상에 계실 때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던 것처럼 이 모자를 살려내란 말입니다. 성령님은 하실 수 있잖습니까.” 나도 모르게 시체를 붙잡고 흔들며 예수 이름으로 살아나라. 예수 이름으로 살아나라. 예수 이름으로 눈을 떠라하고 한참을 실갱이 하다가 나는 더위와 피곤에 지쳐서 멈추었다. 그때 내 하나님의 기적의 역사가 나타났다. 송장이 눈을 떴다. 빛이 없는 눈, 물기 없는 눈동자를 멍청히 떴다가 다시 스르르 덮이는 눈꺼풀. [중략] 인공 호흡을 시작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하나님 감사합니다. 분명히 맥이 뛰기 시작한다. 아주 느리게 잡힐 듯 말듯, 꺼질 듯 말 듯 맥이 뛰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도 똑같이 살아났다. [중략] 그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린아이 어른 해서 20명 남짓 될 것 같았다. 제리의 말에 의하면 시체의 주인들인데 일주일 전에 이곳에 버려두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 매일 한 번씩 와본다는 것이었다. 가까이 오지도 않고 멀리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내가 이리 저리 보살피고 만지고 하는데도 오지를 않았다. 제리에게 부탁해서 남편이 누구냐고 물었다. 맨발에 고릴라같이 생긴 사람이 앞으로 나와 큰 죄인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왜 버렸느냐?” (50-54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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