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법원은 하급 법원들이 다른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 간의 결혼 등록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대법원은 무함마드 샤리푸딘(Muhammad Syarifuddin) 대법원장이 서명한 서한을 발행해 하급 법원들에게 동일한 종교 내에서의 결혼만 합법화하는 1974년 결혼법 제2조를 유지하도록 명령했다. 이 법에 따라 무슬림들은 종교사무국에 혼인을 등록할 수 있지만, 비무슬림들은 주민등록소에 해야 한다. 이로써 다른 종교 간 결혼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판례가 존재한다. 1986년 대법원은 한 무슬림 여성에게 비무슬림 남성과의 결혼을 주민등록소에 등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판결을 내렸다. 2023년 6월 자카르타의 한 지방법원은 기독교인 남성과 무슬림 여성 커플에게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재판장인 빈탕 AL (Bintang AL)은 다른 종교 간 결혼이 합리적이며 그러한 결혼은 인도네시아 인구의 다민족적 이질성을 고려할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울라마 위원회(MUI)는 하급법원의 판결에 반대했다. MUI는 동일한 종교 내에서의 결혼만 합법화하는 대법원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것이 이 주제에 대한 법리를 명확히 하고 입법상의 공백을 메운다고 주장했다.

MUI의 파트와(fatwa: 특정 문제에 대해 율법학자가 제시하는 권위있는 법적 해석)부의 아스로룬 니암(Asrorun Ni’am) 부장은 7월 18일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는 회람을 준수해야 하며, 그것은 특히 결혼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판사들에게 해당된다”고 말했다.

세타라(Setara) 연구소의 할릴리 하산(Halili Hasan) 전무이사의 말에 의하면, 인권단체들은 MUI의 입장에 찬성하지 않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사법기관들이 이룩한 모든 진전을 막아버렸다”고 말하면서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했다.

자카르타의 나다툴 울라마 인도네시아 대학교(Nahdlatul Ulama Indonesia University) 강사인 아흐마드 수아에디(Ahmad Suaedy)는 이슬람 내부에서도 다른 종교 간 결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사례도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3년 1월 헌법재판소는 1974년 결혼법의 다른 종교 간 결혼 조항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을 기각했다. 그 청원은 파푸아 출신의 가톨릭 신자인 라모스 페테그(E. Ramos Petege)가 3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한 무슬림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제출한 것이었다. 사건의 모든 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결혼 권리, 상속, 사회적 혜택의 이용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AsiaNews, 202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