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안와르 이브라힘의 구속 이후 말레이시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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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05 21:23 조회1,76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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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9월 20일 체포되어 국내보안법에 따라 구속된 부총리 겸 재무부장관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은 10월 14일 숭아이 불로(Sungai Buloh)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부정부패, 권력남용 그리고 동성연애의 혐의를 받고 있는 안와르에 대한 재판은 11월 2일 시작되었다. 그가 체포되던 날부터 데모를 시작한 안와르의 추종자들은 마하티르(Mahathir) 총리의 사임과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는 암노(UMNO)를 비롯한 집권당들의 정치실무자들과 비정부기구들뿐만 아니라 민주행동당(DAP)과 범말레이시아 이슬람정당(PAS) 등의 야당들을 참여시키는 개혁동맹을 결성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치적 요구를 위한 데모의 전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년 이래 집회의 자유는 제한되어 왔다. 요즘도 옥외에서 4명 이상의 집회를 열 경우 사전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안와르 문제로 전개된 데모 사태는 말레이시아에서 하나의 예외적인 발전이며, 그만큼 마하티르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데모 사태가 어떤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전망할 수 없다.
안와르를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구속한 마하티르 총리의 행보는 연립정부를 구성한 국민전선(BN)과 암노 내에서 상이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목표는 사실 자신의 정당인 암노와 연립정부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의 일환에서 암노 내에서 숙청이 단행되어 안와르를 지지하는 여러 당원들이 쫓겨났다. 예컨대 청년 암노(UMNO Youth)의 의장인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Ahmad Zahid Hamidi)가 10월 2일 의장직을 내놓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12월 13일 임시정당대회를 열어 부패를 방지하고 규율을 강화하며 특히 당의 최고직책들의 선거를 위한 새로운 규정들을 제정했다는 점이다. 이 결정에 따라 차후 당의 총재직에 입후보하려는 자는 165개 지구당의 지명 중 30%를, 부총재 자리에는 20%를 획득해야만 한다.
마하티르는 자신을 이어 누가 암노의 차기 총재가 되느냐에 예민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가 자신의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자는 현재 외무부장관인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Abdullah Ahmad Badawi)로서 나무랄 데 없는 평판을 갖고 있고 특히 무슬림으로서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1987년 마하티르에게 강력한 도전자였던 떵꾸 라자레이 함자(Tengku Razaleigh Hamzah) 역시 재무부장관으로서의 오랜 정치적 경험(1976-1984)과 부정부패의 혐의가 없는 점 그리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암노 내에서 마하티르의 위치는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당원들에게 있어서 마하티르는 곧 있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여 총리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럴 경우 정부 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마하티르 독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마하티르로서는 국가의 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아 반대자들의 입을 막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안와르는 어떻게 될까? 99년 4월 말레이사아 법원이 그의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당분간 정치적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그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에 하나의 변화를 던져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굴러가고 있는 이 변화가 장차 말레이시아의 정치적 및 사회적 안정을 위한 하나의 과도기적 흐름이 되느냐의 문제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