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난무하는 폭력: 1999년 초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무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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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05 22:09 조회1,62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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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상반기 인도네시아에 대한 세계의 언론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들에서 발생하는 무질서와 내전과 유사한 사회적 혼란에 대한 보도로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 종래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우려되어 왔던 동티모르(East Timor)와 이리안 자야(Irian Jaya)의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뒷전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새로이 주목되었던 곳은 우선 암본(Ambon) 섬으로, 이 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살고 있는 기독교도들과 새로 이주해 들어온 무슬림들 사이에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깔리만딴(Kalimantan)에서는 이 섬의 한 토착 종족집단인 다약(Dayak)족 주민의 한 부분이 마두라(Madura) 섬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을 적대시하여 역시 충돌이 발생했다.
암본과 깔리만딴의 경우뿐만 아니라 동티모르와 이리안 자야의 사태에서 중시되어야 할 문제는, 비록 대부분의 보도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지역 주민들이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암본은 말루꾸(Maluku) 제도에 속한 섬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대다수는 1946-1949년간 독립 전쟁시 식민세력인 네덜란드 편에 서서 싸웠으며 그 후 오랜 동안 독립적인 말루꾸 공화국의 건설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대항하여 투쟁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다른 섬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자바섬의 주민들을 말루꾸 지역으로 이주, 정착시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트란스미그라시(Transmigrasi) 정책은 말루꾸 주민들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강제적으로 인도네시아에 통합시키려는 시도로 간주되어 왔다. 깔리만딴의 경우에서도 그 배경과 상황전개는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바 주민들의 반응이라는 문제도 갖고 있다. 자카르타의 시내 중심가에서 분노에 찬 시민 10만여명은 인도네시아의 군인들이 기독교도-무슬림간의 유혈충돌을 진압하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기독교도들에 대해 ‘지하드’ 즉 이슬람 성전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수마트라 섬의 북단에 있는 아쩨(Aceh)에서도 학살이 자행되었지만, 이것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인권운동단체인 따폴(TAPOL)의 보고에 따르면, 2월 3일 아쩨의 이디쭛(Idi Cut)이란 지역에서 적어도 50명이 희생된 살육이 행해졌다. 이 날 자카르타로부터의 아쩨 분리독립을 요구한 대중집회에서 군인들이 갑자기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 따폴에 의하면 1999년초부터 군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쩨 주민의 숫자는 10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