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제위기 후 태국인들의 과도한 소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09 17:46 조회1,546회관련링크
본문
위험한 수준에 다다른 소비 증대 태국인들의 가치관에 있어서 위신과 자아관리는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며, 부 역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재미(타이어로 ‘사눅’)도 전통적으로 중시되어 왔다. 태국의 속담에 “정치는 재미있는 일이다”라는 말이 이를 말해준다. 1990년대 중엽에 타이 사회에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부터 자본 및 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의 이행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이를 위해,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것을 보면, 그 성취를 위한 적극적인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방콕과 그 주변 도시들에서 최저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섬유회사들은 생산공장을 외곽 지방들, 특히 미얀마와의 국경 지역으로 이전했다. 그들은 최근 방콕 정부가 불법적으로 이주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강제 추방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태국의 엘리트층은 위신과 자아관리와 권력을 위해 분주하게 살아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그를 위한 노력이 별로 없었다. 엘리트 사회의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태국이 더욱 쉽게 무너졌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IMF체제가 되자 타이 사회는 놀라운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 주어,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러 나라들에게 모범이 되기도 했다. 태국은 IMF의 엄격한 조건들을 일단 수용한 다음 이들을 한편으로는 독창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IMF와의 합의하에 태국의 경제상황에 맞추어 수정했다.
IMF의 아시아-태평양국의 후버트 나이스(Hubert Neiss) 국장이 한 때 말했던 것처럼, 타이 사회는 경제위기가 닥치기 이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위기의 극한상황이 오자 태국인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과거에 중대한 정치적 및 경제적 위기가 올 때마다 강한 적응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IMF체제에 원만하게 적응해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태국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IMF체제의 고생스러웠던 시간들을 다 잊어버린 듯 하다.
태국의 1999년도 무역흑자는 89억 US$로 전년에 비해 27% 떨어졌다. 태국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1999년 후반에만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3배나 증가했다. 수입이 늘었다는 것은 수입 자재를 사용하는 태국의 수출공산품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입에서 사치품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9년 11월 수입사치품은 총 4,330만 US$에 달했다. 이것은 10월에 비해 21.6%, 1998년 11월에 비해서는 무려 49.9% 증가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1999년에 BMW승용차의 판매량은 82% 늘었다.
태국 국민들의 이러한 소비 증대에는 경기 활성화의 일환으로 국내의 통화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은행금리를 인하한 정부의 금융정책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뚜렷하게 늘고 있는 개개인의 낭비적인 지출로서, 많은 태국인들이 신용대금을 갚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빚을 져, 은행빚 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한 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1999년 말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것이 1년 전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다. 또 다른 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할부신용대금의 매월 지불액이 1997년 금융위기 직전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현상을 태국 국민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겠지만, 국내외의 많은 관찰자들은 타이 사회가 경제 회복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