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6일 아침 6시 37분, 미얀마 수도인 양공(Yangon)의 중국제 트럭 행렬이 행정수도로 정해진 삔머나(Pyinmana)로 향하였다. 외무부를 포함한 총 9개 중앙 부처를 시작으로 행정 수도 이전이 본격화 된 것이다. 현직 공무원들도 예상치 못한 정부의 결정에 현지인들을 비롯하여 정부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외부의 미얀마 분석가들조차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사실 군부의 수도 이전계획은 2001년부터 착수되었으나 이와 관련한 정보가 군부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6월에 들어서야 삔머나 지역에 군 지하 벙커, 군용 활주로, 미사일 기지, 군 병원, 골프장 등 대규모 군사 및 위락시설이 건설되고 있다는 정보가 실제로 확인되어 수도 이전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군부는 재정상의 이유로 수도 이전을 2008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 하였으나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를 번복하고 행정부처 이전을 시작하였다. 수도 이전이 시작된 현재 전력 수급의 문제로 동력부의 이전이 내년 3월로 연기되었고, 한 부서가 사용할 수 있는 숙소가 두 개동에 지나지 않으며 학교나 전력 시설 등이 완비되지 않아 현지 공무원들과 가족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 이전에 관한 정부의 공식 발표와 국내 일간지에 이와 관련된 기사는 없었다. 단지 쪼산(Kyaw Hsan) 정보 장관은 11월 7일 내외신 기자 회견장에서 “현 상황이 변하고 미얀마가 발전하려면 수도는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여야 한다...국경 지역도 포함한 국가 전체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조치이다” 라며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치앙마이(Chaing Mai)에서 활동하고 있는 망명 언론인 아웅쪼(Aung Zaw) Irrawaddy 편집장은 BBC와의 인터뷰(2005/11/08)에서 “버마인으로서 가끔은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미얀마 연구자인 실버스타인(Joseph Silverstein)도 “완전히 비합리적인” 계획이라고 군부의 수도 이전 계획에 비판을 가했다. 

그렇다면 삔머나는 어떤 곳인가? 만들래주(Mandalay Division)에 속하는 삔머나는 양공에서 북쪽으로 340㎞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샨주(Shan State), 꺼야주(Kayah State), 까렌주(Karen State) 등 대표적 소수종족의 자치주(Division)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주변이 험한 산지로 구성되어 있어 이 지역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전략적 요새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삔머나는 아웅산(Aung San) 장군이 2차 대전 중 일본군에 대항하여 독립 운동을 일으킨 진원지이기도 하다. 2003년에는 무슬림 식당 주인과 승려간의 대립이 소규모의 민중 폭동으로 확대된 곳으로 전통적으로 중국인과 인도인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유로 인해 다수 종족인 버마족간의 대립이 극심한 지역이자 미얀마 민족주의 발현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삔머나 개발에는 아시아월드(Asia World), 투드레이딩(Htoo Trading), 에덴그룹(Eden Group), 에쉐와(Aye Shwe Wah) 등 군부가 직접 경영하는 군수기업이나 군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4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특히 아시아월드는 소수종족인 꼬깡(Ko Kang)족의 대표적 마약 밀매업자인 로싱한(Lo Hsing Han)이 설립한 기업으로 개발 프로젝트 비용의 70%이상을 출자했고, 현재 군부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쉐망(Shwe Mann)의 아들인 아웅텟망(Aung Thet Mann)도 건설 공사에 직접 참여했다. 무엇보다 군부는 1997년부터 중국의 자본을 지원받아 삔머나 근처 빠웅라웅(Paunglaung) 지역의 대규모 댐을 건설 프로젝트를 완료하였고, 그 결과 이 지역이 자연 환경적 조건 이외에도 군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