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아웅산수치의 정치적 견해 차이

2002년 8월 말레이시아의 총리 마하티르(Mahathir)는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다. 미얀마의 정부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의 서기장 킨늉(Khin Nyunt) 장군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손님들과의 공식회합 석상에서 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은 그 요지이다.

우리가 건설하려는 민주주의는 서양에서 통용되는 것과 아마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자유와 정의와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원칙을 토대로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성급하게 그리고 우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체제에서 다른 체제로 성급하게 이행함으로써 혼란과 불안과 심지어 국가의 붕괴가 야기된 예는 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어떤 나라도 자신의 의지를 우리에게 강요하거나 미얀마를 자신과 꼭 같은 모습의 나라로 만들려고 시도할 수 없다. 우리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으며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 사회는 이 나라의 모든 135개 민족들이 평화와 조화 속에서 살며 부유하고 현대적인 국가의 건설에 협력하는 그러한 사회이다.

서구적 민주주의 체제에 비판적이고 아시아적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마하티르는 답사에서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견해가 있다. 비록 나는 민주주의를 찬성하지만, 민주주의로의 변화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민주주의로 바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그것이 매우 파괴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하티르는 그러나 외국 자본의 유치는 국가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는 선진국의 성장 경험이 투자를 통해 유입되지만, 그 투자가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일본의 외무부장관 카와구치 요리코는 2002년 8월 5일 미얀마를 공식 방문하여 SPDC 의장이자 총리인 탄쉐(Than Shwe) 장군과의 회담에서 정부와 야당인 민족민주연맹(NLD)이 한 프로젝트에 합의할 수 있다면 일본은 더욱 더 많은 경제원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에 따르면, 아웅산수치(Aung San Suu Kyi)는 카와구치와의 대담에서 자신은 정말 궁핍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외국의 경제원조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으며, 경제원조의 사용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이 말을 그녀가 미얀마의 경제개발에 대한 일본의 협력에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아웅산수치는 8월 7일(미얀마의 1988년 8월 8일 유혈 민주시위의 기념일 하루 전) 방콕에서 방송된 한 비디오 필름을 통해 “우리는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한다. 만약 정치적 단체들이 당국의 방해나 지도를 받지 않고 자신의 활동을 자유스럽게 행할 수 없다면, 우리가 민주주의로의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아웅산수치는 SPDC와의 진지한 정치적 대화를 촉구해 왔다. 대외적 관찰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녀는 대화를 통해 미얀마 정부권력을 NLD나 야당에게 신속하게 이양하는 것을 거론할 것이며, 이것은 외국의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나 미얀마 정부가 외국의 경제개발협력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될 때 다소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