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쩨의 민병대 문제      인도네시아의 북단에 있는 아쩨(Aceh) 주는 오래 전부터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무장운동을 전개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군과 아쩨 메르데카(Aceh Merdeka)  즉 아쩨 독립군 간에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병대라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아쩨 사회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한적한 중부의 아쩨 떵아(Aceh Tengah)에서 민병대의 파괴적인 행위는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 지역의 경제는 거의 정지 상태에 있고, 많은 학교와 병원은 파괴되었으며, 마을 전체가 불타 주민들이 마을을 모두 떠나버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지방자치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30만 명이 사는 아쩨 떵아에서 2001년 동안 1,900개 이상의 학교가 불에 탔으며, 분쟁과 관련하여 죽은 자만 거의 400명이 되었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이 지역의 한 저널리스트는 나름대로의 조사 결과 불에 탄 학교가 2,200개 이상이고 죽은 자는 450명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실종된 자도 많으며 고문을 당한 자도 적지 않다. 또 갈수록 불안해지는 삶의 환경을 피해 이 지방을 아예 떠난 자가 그동안 수 천 명에 이른다.

아쩨 떵아에서의 이러한 파괴와 황폐는 누구의 책임인가? 인도네시아의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그 책임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아쩨 수마트라 민족해방전선(ASNLF: 통상 GAM으로 알려져 있음)에 있다. 그러나 다른 설명도 있다. 우선 피상적인 관찰자는 아쩨 떵아에서의 폭력도 아쩨의 다른 지역에서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정부군과 경찰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라고 볼 것이다. 사실 그러한 관찰은 어느 정도는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아쩨 떵아에서의 주택 방화, 살인, 실종 등은 민병대의 소행이다. 이 민병대는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군에 의해 모집되고 훈련되고 무장되며, 종종 정부군과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한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군의 특수부대인 꼬빠수스(Kopassus)와 민병대 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있다. 꼬빠수스가 동티모르에서 민병대 조직들을 설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에 속한다.

정부군과 민병대 간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아쩨 떵아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증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 정부군 측은 이 지역에서 파괴 행위를 한 정체불명의 이 흉한들이 아쩨 메르데카 소속의 사람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사실은 잘 조직된 민병대이다.

이들의 일차적인 임무는 ASNLF 멤버들과 그 지지자들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군은 말썽 많은 이 지역의 경제적 및 사회적 구조를 철저히 파괴하기 위해 노력한다. 민병대로부터 빠져 나와 이제는 숨어 지내는 한 사람은 “우리는 아쩨 주민들을 괴롭히고 그들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그리고 그들의 사회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정부군으로부터 받았다”라고 술회한다.

민병대 공격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한 희생자가 들려주는 다음의 이야기는 그 잔인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당한 끔찍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도 우리를 몸서리 치게 한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들이 닥친 9명의 민병대원에게 붙잡혔다. 그들은 그를 독립군 측에서 일한다고 비난했다. 그가 그 비난을 부인하자, 그들은 그를 마을 외곽으로 데리고 가 쇠 곤봉으로 치면서 사실을 자백할 것을 강요했다. 계속된 고문에도 그가 혐의를 부인하자, 그들은 그를 마을의 묘지로 끌고 가 자신이 묻힐 곳을 파게 했다. 그들은 결국에는 그를 웅덩이에 밀어넣고 흙으로 덮은 다음 총검으로 마구 찔렀다. 그들이 떠난 후 그는 비록 상처 투성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무덤에서 마을까지 기어 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 한 자들이 자와족처럼 보였으며 자기들끼리 아쩨어가 아니라 자와어를 구사한 것으로 보아 아쩨독립군이 아니라 틀림없이 민병대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