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강력한 무슬림 조직들인 나흐다뚤 울라마(Nahdlatul Ulama)와 무함마디야(Muhammadiyah)는 2002년 2월 헌법 수정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가 샤리아(shariah) 즉 이슬람법을 수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흐다뚤 울라마와 무함마디야는 각각 4천만과 1천만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이슬람 조직들이다. 이들은 이슬람법이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들에게 적용되는 헌법이 채택될 경우, 국가의 종교적 화합이 깨질 위험이 있다고 본다. (물론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종교들의 상호관계가 이상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가 되는 헌법의 조항은 29조로, 1항은 “국가는 유일신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다”이며, 2항은 “국가는 모든 국민들이 종교를 가지고 각자의 종교와 신앙에 따라 종교적 의무를 수행할 자유를 보장한다”라고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헌법이 제정된 1945년부터 일부 급진주의적인 이슬람 세력은 헌법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에 기초한 국가이며 모든 무슬림들은 이슬람법을 실행할 의무가 있다”라는 문구를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다민족, 다종교의 구조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정부들은 그동안 국가적 통합을 위해 종교다원주의의 원칙을 중시해 왔다.

인도네시아의 대부분 이슬람 학자들은 헌법 29조의 수정을 원하지 않는 나흐다뚤 울라마와 무함마디야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인도네시아의 대부분 무슬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의 태반이 갖고 있는 이슬람 신앙이 토착적인 정령신앙과 힌두교 등을 포함한 혼합주의적 신앙이란 점과 인도네시아 인구의 최소한 15%가 기독교,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샤리아를 인도네시아 헌법에 도입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