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라지는 농지, 늘어가는 곡식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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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2 22:40 조회1,54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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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농지, 늘어나는 곡식 수입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농토를 공장이나 주택건설회사에 파는 농민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너무 낮아 수확해보았자 생산비용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생산비용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이미 수백만 명에 달했다. 그 결과 식량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량을 수입하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자카르타 정부는 2000년도에만 옥수수, 밀가루, 콩
등의 곡식을 수입하기 위해 11조 8,000억 루피아(약 14억 US$)를 지출했다. 2001년에는 그 지출액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농업생산의 부진
원인으로 흉작과 지속되는 가뭄 등이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농지가 공장부지나
택지로 전환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자바에서 그러한 전환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매년 자바에서만 4만-5만 헥타르의 논이 비농업 용지로 전환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들에서는 1 헥타르 당 대개 2-3톤의 벼가 소출되는 데 비해, 비옥하기로 유명한 자바의 논들은 7톤까지 생산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수년 이래 곡식 생산은 줄어드는 데 비해 인구 증가와 함께 소비는 늘고 있다. 예컨대 콩의 경우, 생산은 매년 근 1%씩 줄지만, 수요는 2.41%씩
늘어나고 있다. 쌀은 매년 2,900만 톤을 생산하지만, 국내수요는 3,100만 톤에 달한다. 설탕의 경우, 그 상황의 심각성은 보다 분명하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배 기간 세계 제2위의 설탕 수출국이었으나
지금은 매년 최소한 150만 톤을 수입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도네시아 농민 단체들은 정부가 식량부족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농업부는 정부의 식량증산 계획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특히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한다. 농산물 가격의 하락은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곡식 수입에 그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인도네시아 국내산 곡식은 수입 곡식에
비해 종종 질에서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에서 당해낼 수 없다. 농민단체들은 수입 곡식에 대해
높은 수입관세를 매기도록 정부에 제의했으나, 정부는 그러한 조치가 무역 자유화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의 농민들은 지금 WTO체제의 세계화 시대에 제3세계 국가의 농민들이 경험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던 19세기 중엽 자바의 농민들은 식민정부의 소위 ‘강제재배제도’ 체제 하에서 숱한 압박을 받았으나,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가 “내향적 농업발전”(agricultural involution)이라고 칭한 정교한 농업 생산과 분배를 통해 그 문제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대처해나갔다. 외부적 압박에 대해 21세기의 인도네시아 농민들의 또 다른 창조적인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