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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불교의 재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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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2 22:33 조회1,0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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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프놈펜에서 남동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촘푸 캑(Chompuh Khaek) 사원에 20명의 남녀가 수건 하나만을 걸치고 앉아 있다. 목적은 이 절의 한 승려가 물통으로 끼얹는 물을 온 몸으로 받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하면 건강과 가정과 사업 등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캄보디아의 불교사원들에 사람들이 모이고 불교승려들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이들의 활동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교 중흥 현상은 한편으로는 사회적ㆍ경제적 불안으로 사람들이 다시 절을 찾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거주 캄보디아인들의 많은 시주 덕분이다.

소승불교는 14세기에 캄보디아의 국교가 된 후, 수 세기간 보편적 이념으로 캄보디아 사회의 정신적인 세계를 지배해 왔다. 승려들은 통과의례나 중요한 의식시 사제로, 전통적인 치료사로 혹은 재가신도들에게 선생으로서 캄보디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캄보디아 불교는 1975년 크메르루즈의 집권으로 거의 파멸지경에 이르렀다가 1979년 이들의 축출 이후 회생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승려 수는 약 8,000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50,000명 이상에 이르렀다. 1970 3,369개에 달한 불교사원들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파괴되었으며 나머지도 파손되었다가 현재 다시 3,000선을 회복했다. 불교는 1993년에 새로운 헌법에 의해 다시 국교의 지위를 되찾았으며 캄보디아 문화의 구심점적 위치를 다시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캄보디아인들 스스로도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불교의 중흥은 양적인 측면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적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다. 1993년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매년 불문에 들어와 경전을 배우고 불도를 닦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실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혹은 불교를 사회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출가한다. 그리하여 승려들을 위해 세운 특수학교들에 입학하여 졸업한 청년들 중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 회계, 영어 등 사회에서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공부를 계속 한다.

중흥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는 캄보디아 불교계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에는 출가한 자들의 질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교육의 문제가 놓여져 있다. 캄보디아의 한 비영리 불교연구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승려들의 20%만 훈련을 받는데,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초보 수준의 자질밖에 갖추지 않은 재가신도 선생들로부터이다. 그 결과, 언론에 만취하도록 맥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며 카드놀이를 하는 스님들이 승직을 박탈당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로, 승려들의 기강이 크게 문란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승려들이 다양한 미신과 흑주술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여 주술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려들의 이 같은 관행은 불교와 민간신앙간 결합으로 오랫동안 캄보디아 사회의 전통의 일부가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촘푸캑 사원이 숱한 신도들과 헌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이 절의 몇몇 승려들이 갖고 있다고 알려진 주술력 때문이다.

불교와 결합된 주술신앙이 이처럼 다시 성행하는 것은 캄보디아인들이 경제적 및 사회적 불안감을 그만큼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게다가 1980년대말까지 내전으로 궁핍을 겪고 있다가 1990년대초 이후 평화정착과 국가재건을 위한 막대한 달러가 유입되자 물질만능주의 심리가 팽배해지고 이와 더불어 기복신앙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캄보디아의 불교사원들이 재건되고 증축ㆍ보수되는 데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 캄보디아인들이 보낸 헌금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 10만 명 이상의 캄보디아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1970년대와 1980년대 캄보디아의 내전을 피해 외국으로 나간 자들이다. 이들이 헌금을 하는 것은 불교적 공덕 행위이자 전통문화를 부활시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불교가 이 단계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한 것은 절의 외형 치장을 위한 돈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승려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키는 전문인력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그러나 현재 도덕적, 문화적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는 캄보디아 불교계가 차세대 승려양성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까지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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