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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고산족들을 차별하는 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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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2 22:15 조회1,0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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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족들을 차별하는 타이 사회       2000 8월 태국 북부의 난(Nan)에서 저지대에 사는 농민들이 흐몽(Hmong)족에 대해 폭동을 일으켰다. 그들은 이 고산족이 민감한 분수령 지대를 포함한 산림을 파괴하여 하류 지역에 심각한 용수부족 사태가 일어났다고 비난하면서, 수 천명이 흐몽족의 과수원을 60 헥타르 이상 불태워버렸다. 태국 북단의 도시인 치앙라이에서 발행되는 나콘치앙라이(Nakorn Chiang Rai)지는 20년 내에  흐몽족이 북부에서 독립국을 세우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2001 4월에 실었다. 흐몽족은 태국에서 카렌(Karen)족 다음으로 큰 고산족 집단으로, 흔히 메오(Meo )족이라고도 불린다. 흐몽족은 위의 신문 기사에 격분하여 치앙라이 주의 주지사가 기사 작성과 게재에 대한 조사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이 요구도 아무런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태국의 다수민족인 타이(Thai)족에 의해 아편재배자, 마약거래꾼, 산림파괴자, 문맹인, 미개인 등으로 낙인찍혀온 태국의 고산족들은 수 십년 전부터 타이 사회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받아왔는데, 최근 태국 언론으로부터 위와 같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공격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특히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언론들의 고산족들에 대한 비난은 태국 정부의 고산족 차별정책과 병행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주의를 끈다.

태국의 총 90만 고산족 주민들 가운데 근 3분의 1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태국 땅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 중 상당수는 수 세기 전부터 태국 영토에서 살았던 조상을 갖고 있다. 그들은 최근 자신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산과 숲을 떠나 저지대로 내려오며, 전통적인 화전경작을 버리고 타이족의 생계방식을 취하며, 자신들의 언어 대신 타이어를 사용하며 불교를 믿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저지대에 내려와 타이족과 함께 살더라도 시민권이 없으면 토지소유권과 선거권 등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를 갖지 못한다.

고산족들과 저지대 타이족간 갈등은 그다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타이족은 고산족 주민들을 임산물을 공급하는 장사 파트너로, 친구로 간주했다. 그러나 치앙마이대학의 정치학자인 차얀 왓타나풋티(Chayan Vaddanaputti) 박사는 이러한 상호 우호적 관계가 1960년대와 1970년대 태국의 경제 및 사회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환경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베트남전쟁으로 베트남 난민들이 태국에 유입됨으로써 사라져 버렸다고 말한다. 점차 고산족들을 범죄시하는 경향이 강해졌으며, 고산족들은 타이인 즉 태국 국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타이 역사책과 태국 언론에 뿌리를 내렸다. 고산족들은 태국의 교과서들에 종종 이주자 혹은 난민들로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미개하고 문맹이며 화전경작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아편을 재배하는 자들로 간주되는 고산족 주민들은 타이족의 눈에는 시민권을 보유할 자격이 없는 존재로 비친다.

태국의 산림 면적은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27% 이하이다. 산림파괴의 상당 부분을 고산족들의 소인으로 돌릴 수 있지만, 목재회사들의 벌목과 도로건설 등 정부의 개발사업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또 아편재배에 대한 비난도 타당하지 않다. 아편은 1960년대 중엽까지는 고산족들 특히 흐몽족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태국 정부의 공격적인 대체작물 프로그램과 양귀비밭의 파괴로 오늘날 아편이 재배되는 면적은 극히 적다. 그리고 고산족들이 난민 혹은 이주민이라는 비난도 반박되어야 마땅하다. 사실 고산족들의 대부분은 길게는 이미 수 세기 전에 태국으로 이주해 들어왔다.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타이족도 따지고 보면 1000여년 전에 외부에서 이주해 들어온 민족이 아닌가. 그리고 현재 타이족의 피 속에는 크메르(Khmer), 버마(Burma), (Mon), 비엣(Viet)족 등등 여러 이민족들의 피가 섞여 있지 않은가.

고산족들에 대한 타이족의 차별정책은 분명 다수민족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에 다름아니다. 비록 법에는 그러한 차별이 글로써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 일어나는 상황은 분명 인종차별을 보여준다. 예컨대 정식 시민으로서의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구멍가게를 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학교에도 들어갈 수 없다. 고산족들에 대한 각종 사회지표들이 그 구체적인 상황을 대변한다. 1997년 정부통계를 보면, 고산족 주민들의 근 60%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그들의 영양실조는 태국 국민 평균의 2배쯤 된다. 또한 그들의 45% 이상은 현 수입이 기본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충분하지 않다.

배운 것도 적고 수입원도 변변찮다보니, 많은 고산족 여자들이 태국의 매춘산업에 뛰어든다. 유엔아동기금(UNICEF) 1997년 보고는 태국의 매춘부들 10% 이상이 고산족 출신이며, 그들의 80%가 에이즈에 걸려 있다고 추정한다. 고산족들은 전통적인 화전경작으로 식생활의 자급자족을 유지했다. 그러나 태국 당국의 강압으로 숲을 떠나 커피와 차 등 환금작물을 재배하고 저지대의 생활공간으로 내려왔지만, 그들은 익숙하지 않은 생태환경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 자본주의적인 시장의 힘에 부딪혀 갈수록 좌절하게 된다.

고산족들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인가. 우선 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법적인 고발을 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타이 사회로 완전히 동화시키는 대신, 그들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보존해 주면서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타이 사회에 통합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그들의 전통적인 생태환경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 화전경작의 대안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시장성이 높은 작물재배 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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