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의 반기독교적인 성탄절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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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6 21:41 조회1,71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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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다민족 사회로, 정부 권력을 쥐고 있는 무슬림이 과반수를 약간
넘는다. 그밖에 상당한 수의 기독교인과 힌두교도와 불교도의 소수민족들이 있다. 이런 나라에서 정부가 성탄절 찬송가에서 “예수”에 대해 언급하고 구유탄생 모습과 같은 성탄절 상징을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도처에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공공 장소에서의 성탄절 축하행사에서 “예수”를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말은 말레이시아의 국왕과 총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으며, 그 동기는 무슬림들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중립적인 언론들도 이 문제를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위의 조치에 대한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결국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언론들도 나섰다. 그러나 집권여당 측에 속한 한 신문은 사설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야단법석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소문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이러한 반응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민족과 종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의도적으로 덮어버리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69년 “인종폭동” 후 대규모의 종족 갈등이 없었다. 정부는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고
말레이시아 국민간 통합을 유지하려고 그동안 노력해 왔으며, 그러한 배경에서 위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조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말레이시아의 기독교 교회들에게 비슷한 요구를 해 왔으며, 그
때마다 교회는 순종했다. 이번 해에 다른 점은 이제 누군가가 이 이슈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의 예술문화유산부 장관인 라이스 야띰 박사는 “성탄절
찬송가가 허용되느냐?”는 질문에 “허용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왜 우리가 성탄절 캐롤송에 반대하겠느냐?”고 대답하면서, “성탄절 파티에 참가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예수”의
이름은 도무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는 자들은 성탄절 찬송가와 캐롤송은 다르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의 몇몇 기독교 지도자들은 정부의 자세에 공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콸라룸푸르 소재의 기독교교회외원회의 헤르만 샤스트리 목사는 정부의 조치가 근거가 있으며, 그에
따라 “우리는 별과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은 좀 더 중립적인 상징들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건 사회적 이벤트이지 종교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레이시아인으로서
함께 공존하는 기쁨을 축하하는 것이다. 종교가 우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슬람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수십억 달러의 국가재정이 들어간 신행정도시의 건축물들 중에는
이슬람적 모티브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많다. 공공 장소에서 매일 알라에 대한 기도가 스피커를 타고 길거리에
퍼진다. 그에 비해 기독교인 등 비무슬림들은 기도를 조용히 올려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한 신문 웹사이트에 올린 한 독자는 정부가 공공의 장소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만약 (정부가) 성탄절 경축에 정말 참가하려면, 성탄절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말고
기독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탄절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가 깔려 있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이슬람 이슈를 강하게 내세우는 쪽은 야당인 빠스(PAS)였다. 그러나 집권여당 측에서도 무슬림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이슬람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국제이슬람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라쉬드 모턴이 지적하듯이 무슬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종교들을 냉대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여파를 불러올 수 있다. 무슬림이 다른 신앙의 사상과 실제에 접하지 못하도록 차단된다면, 그들은 다른 종교들의 신도들에 대한 관용의 자세를 더욱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서로 대화의 문이 닫힌 사회에서는 종족 및 종교 갈등의 위험이 더욱 쌓이게 된다. (Ioannis Gatsiounis, “No invite for Jesus to Malaysian Christmas,” http://www.atimes.com, 200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