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베트남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2005년에 열린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 Games의 결승전에서 태국에게 패했을 때, 전국의 모든 축구 팬들은 비탄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미드필더인 쿽 브엉Quoc Vuong은 경기를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 호치민시의 한 호텔에서 만난 도박업자에게서 경기에서 일부러 져 준 대가로 6,300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 이 축구선수가 12월 뇌물 혐의로 구속되자, 베트남의 축구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모두 하나같이 널리 알려져 있는 국가대표 팀의 유명한 다른 선수들도 이내 사건에 연루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이러한 뇌물수수 관련 머리기사들은 베트남 사회에서 별로 그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만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정부패는 베트남에서 만연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공산국가가 지속적으로 개혁을 시도해 오면서, 이들의 삶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부정부패 문제의 심각성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점차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축구 도박 스캔들과 관련하여 베트남 국민들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여 왔다. 일단 한 번 언론 보도가 되면, 당국이라도 그 모든 것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되돌릴 수는 없다. 거의 매일같이 지역 신문에서 보도되고 있는,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고위 정부관리들의 - 늦은 밤까지 벌이는 도박, 외국인 매춘, 족벌주의, 매우 큰 저택과 고급 승용차들을 포함하는 -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그들만의 삶의 방식은 이번 뇌물수수 관련 스캔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이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정부 관리들 중에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부이 띠엔 중Bui Tien Dung으로, 기증자들에게서 받은 자금으로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국영 건축회사 PMU 18의 총수이다. ‘Project Management Unit18’의 약칭인 PMU18은 일본의 ODA[공적 지원 자금]를 받아 도로를 건설하는 교통부 산하 프로젝트이다. 수사 관계자들이 부이 띠엔 중 사장이 260만 달러를 축구 도박에 걸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이후 그는 사건을 조사한 수사관들에게 이 사건을 은폐하도록 거의 10만 달러에 가까운 뇌물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한다.

머리기사가 온통 뇌물수수 관련 스캔들로 꽉 차 있는 대부분의 일간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반(反)부패는 지난 4월에 열린 제10차 공산당 회의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되었다고 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당원인 판 디엔Phan Dien은 기자회견에서 “부패는 베트남 공산당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편 전설적인 보 응우옌 쟙Vo Nguyen Giap은 여느 때라면 좀처럼 갖지 않았을 한 인터뷰에서 “당은 부패한 공직관리들이 숨을 수 있는 피난처였다”고 진술했다. 당원들은 당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지방 신문에 따르면, 국회에 국민들이 낸 청원서들의 70%는 반부패에 대한 엄격한 집행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폭로되고 있는 부정부패 사건들은 사실 매우 심각한 것이어서, 심지어 가장 냉소적인 관찰자조차도 놀람을 금치 못할 정도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베트남에서 부정부패 문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벌써 수년 동안 굵직굵직한 부정부패 스캔들이 봇물 터지듯 속속들이 드러나 왔고, PMU18 스캔들은 이것에 가장 최근에 더해진 또 하나의 사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남 캄Nam Cam 스캔들’의 경우, 베일에 싸여 있던 베트남 사회의 조직화된 범죄세계를 온 천하에 폭로시켰고,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17명의 공산당원들이 투옥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바로 지난 가을에는 한 국영기업인 PetroVietnam 정유회사가 베트남의 감시기관인 감찰감실Inspector General’s office을 부정부패에 연루시켰다는 스캔들 때문에 이 회사는 매우 혼란을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