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배 엘리트층의 속임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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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8 17:15 조회1,41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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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의 합법성은 엘리트 지배층의 기술관료주의(technocracy)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소수의 직업 공무원들이 고급 관료들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과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보통 공무원 집단을 이끌면서, 그들 각각의 정부 부서 및 정부 관련 관료제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사실 이 위계질서 내의 모든 엘리트 구성원들은 ‘학자들’인데, 싱가포르에서 이 ‘학자’라는 타이틀은 국가 엘리트가 되는 것을 보장하는 탄탄대로인 공채발행 장학금을 경쟁을 통해 획득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학자들은 법조계의 장관급 계층들과 정부관련 기업들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육군 장교단들까지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네 집단 간에는 활동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심지어 육군 장교들이 일반 시민 관련의 행정 사무에 일상적으로 복무할 정도이다. 대부분의 육군 장교들 역시 자신들보다 상위의 정치 지배자들과 함께 학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정부 관련 기업들과, 법조계 그리고 싱가포르 경제력의 60% 가까이 소유ㆍ경영하고 있는 정부 부처들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일반적으로 소위 “싱가포르 주식회사Singapore Inc.”로 알려져 있는 하나의 통일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자들이 갖는 이러한 지배권한은 단지 그들이 직무를 실행한다는 것 이상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이들을 선출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완벽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는 최우등생들이 밟고 올라서야 하는 모든 단계에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 서로간의 경쟁을 장려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우선 싱가포르 학교들은 초등학교 3~4년 이후에는 학생들을 능력별로 편성하여 우등생들을 엘리트 반으로 따로 모은다. 그 다음에 이 엘리트 반에 속했던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정부 및 정부관련 장학금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전에, 특수 중학교와 초급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이 장학금들은 으레 대학 졸업 후, 그 대가로 국가 업무에서의 몇 년간 근무를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학자들은 행정부나 싱가포르 군의 장교단, 혹은 법조계나 정부 관련 기업의 성공 궤도로 흡수된다. 정부는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사회 체계 내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갖는다는 것과 전력을 다해 다른 사람들을 능가한 사람들은 모두 순전히 학문적 재능과 고된 노력을 통해 탁월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써 추측컨대, 성별, 사회ㆍ경제적 배경 및 인종은 그 선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에 머무를 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인종이라는 변수를 살펴볼 때,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통합이라는 우산 하에 문화 다양성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 체계를 구축해 왔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명백히 이 체계는 처음부터 소수민족(대부분 말레이계와 인도계)에 속하는 23% 인구를 다수의 중국계에 의한 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체계는 몇 가지 중요한 아젠다들이 무시되고 있는 것을 은폐하고 있다. 필자와 즐랫코(Zlatko Skrbiš)의 공저인『싱가포르 건설: 엘리트주의, 민족성 그리고 국가건설 프로젝트Constructing Singapore: Elitism, Ethnicity and the
Nation-Building Project』는 실제 경쟁의 장(場)에서는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 제도는 진실을 은폐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성, 빈곤층, 비(非)중국인에 대한 수많은 편견들을 오히려 조장하기까지 한다. 싱가포르의 행정 및 정치 엘리트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싱가포르 인재들의 최정예가 아니라, 사실은 단지 성, 계층, 인종에 의거하여 재건된 정권을 영속시키기 위해 전 국가 차원의 선입견에 기초하고 있는, 그리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 계층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제도의 절정은 정부의 고위급 학자들 간에 형성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1965년 싱가포르 정부가 독립한 이후로, 학자 집단을 행정과 지도적 위치에 엘리트로 앉히기 위해 정부 장학금을 이용하는 교묘한 기술은 싱가포르 사회의 표면에서부터 중심부로까지 파고들어 갔다. 심지어 싱가포르 독립 이전 시기에도 정부의 임시 장학금 제도와 콜롬보 플랜 장학금Colombo Plan scholarships은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고촉통Goh Chok Tong 전 총리를 포함한 소수의 뛰어난 학자들을 국가 업무를 위임하기 전에, 해외로 유학을 보냈다. 그러나 1975년에 이 제도는 싱가포르 내각 구성원 14명 중에 겨우 2명만을 정부 고위층으로 세우는 데 기여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1985년까지는 12명의 각료들 중에 오직 4명만이 이전에 정부 학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