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일원이었던  M Moorthy는 사망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군인으로 복무하던 1998년 사고로 7년간 장애를 안고 살았던  그는 지난해 말 휠체어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은 뒤 수일 후 사망했다.

그의 의식불명 기간 중 아내는 남편의 동료로부터 남편의 이슬람 개종 사실을 듣게 되었다. 남편이 개종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소 힌두교 교리를 지켰던 터라 아내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에 대한 해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죽었다.  

아내는 남편의 장례를 힌두교리에 따라 치를 것을 주장했으나, 지방 이슬람협의회는 그를 무슬림으로 인정하여, 이슬람 교리에 따른 장례를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이슬람협의회는 이를 단독으로 이슬람 법정에 제소하고  무슬림이라는 최종 판정을 얻은 후 이슬람 관습에 의거하여 장례를 치렀다. 이슬람 법정이 무슬림에 관한 문제를 담당하는 까닭에 힌두교인 가족들과 상의 없이 진행되었고, 이에 반발한 유족들이 항소를 원했으나 헌법 121조가 규정하는 이슬람 법정과 일반 법정과의 엄격한 권한 구분을 이유로 항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건은 다종족, 다문화, 다종교의 복합사회인 말레이시아 내 여러 요인이 결합된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선, 이슬람 개종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M Moorthy 자신의 잘못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슬람의 개종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자동적인 개종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종 시 가족과의 상의와 동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개종이 언제 정확히 이루어졌는지, 무슬림으로서의 종교 생활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의 여지로 남아 있다.

한편에서는 그의 이슬람 개종이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정신적인 이유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영웅적 등반가에서 가난과 장애를 짊어진 후 그가 겪었을 좌절감을 고려할 때 완치의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이건 개의치 않고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변의 추측이다.

헌법 121조는 이슬람 법정과 일반 민ㆍ형사 법정간의 권한을 구분하고 이슬람 법정은 무슬림의 이슬람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비무슬림이 이슬람 사건에 개입될 경우 이슬람 법정이 아닌 일반 법정으로 사건이 자동으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의 올바른 해석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설치도 제안되었다.

이번 사건은 힌두교 및 인도계 단체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촛불시위와 서명운동이 법원 주변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항소권을 인정하지 않은 고등법원 판사의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상 이슬람 수장인 국왕에게도 소수집단의 종교적 자유 보장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압둘라 총리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헌법 개정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종교 문제의 민감성과 비중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로, 사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했었다. 중국인 어머니가 임종 2시간 전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례도 있으며, 무슬림과 결혼해 이슬람으로 개종했던 이가 배우자의 죽음 또는 이혼 이후 본인 및 자녀의 재개종으로 겪는 문제 등은 종교 문제를 둘러싼 사각지대에 있던 문제들이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더 많은 논쟁과 과제를 남겼다. 말레이시아 헌법은 말레이어를 공식 언어로, 이슬람을 공식 종교로 규정하고 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동남아학회 동남아 현지 주재통신원 뉴스, 2006.1.8,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