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재난 이후 아체의 여성과 HIV 확산의 위험                       2004년 12월 말에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에 닥친 쓰나미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인도네시아였다. 죽은 자만 13만 명 이상이고 집과 재산을 잃은 사람은 50만 명이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수마트라 섬 서북단의 아체(Aceh)였다.

유엔 여성개발기금(UNIFEM)에 따르면, 쓰나미로 사망한 자들 중 여성의 비율은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략 55%에서 70% 사이였다. 아체는 쓰나미 재해말고도 수십년 간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한 자유아체운동(GAM) 등의 무장반란 세력과 인도네시아 정부군 간의 유혈 충돌로 숱한 사람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아체의 주민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소외되어 왔다. 쓰나미는 그러한 아체를 더욱 취약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특히 여성은 육체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박탈감까지 갖게 되었다. 수십년 간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아체의 여성은 남편이나 아버지 대신 가정을 이끌고 식구들을 부양하고 자녀들을 키우고 병자와 부상자와 노인들을 보살펴야 했다. 그들은 아체의 생명선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쓰나미 재해 이후 많은 여성은 난민 수용소에 살면서 무기력하고 외롭고 남편이나 부친의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남편 혹은 부친을 잃어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여성은 HIV 등 또 다른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쓰나미 재해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체에는 HIV 검사와 치료를 위한 시설이 없었다. 검사를 받으려면 12시간 걸려 북부 수마트라 주의 행정수도인 메단(Medan)까지 가야 했다. 아체는 인도네시아에서 보수적인 이슬람 신앙을 중시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섹스나 피임 등에 관한 논의는 터부로 되어 있다. 콘돔 사용에 관한 홍보도 그것이 혼전 성관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하지 못한다. 여성이 HIV 감염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강한 이슬람적 분위기에서 꺼내지 못한다.

많은 아체인들은 쓰나미가 사람들의 이슬람 신앙이 신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징벌이라고 믿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 아체 사회에서는 신앙과 가족적 가치에 대한 전통적 관점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에이즈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책임자인 제인 윌슨(Jane Wilson)은 아체 주가 과거에는 HIV 감염 사례가 거의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드러나지 않았던 지방이었을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마약 사용자의 수가 늘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사람들의 수가 늘고 여성의 사정이 악화되고 성적인 착취가 증가함에 따라 HIV 감염자가 갈수록 많아지는 지방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쓰나미 재해의 결과 아체의 여성과 어린이들은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적으로 착취되거나 강간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이들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 특히 메단과 자카르타 등에서 수 만 명이 아체에서의 각종 재건 사업 현장에서 돈벌이를 하기 위해 들어와 있다. 이들 중에는 HIV에 감염되어 있거나 다른 전염적인 성병에 걸려 있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일하고 숙식하는 건설 현장의 주변에 쓰나미 이재민들의 난민수용소가 있다. 난민수용소의 사람들과 이들 외지에서 온 이민 노동자들은 종종 샤워 시설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등 상호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 치안 유지를 위해 아체로 파견되어 근무하는 많은 인도네시아 군인과 경찰도 구호 및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데, 이들 중에도 HIV 감염자가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아체에도 섹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섹스에 대해 강한 보수적인 시각이 있는 이 지역에서는 매춘업소가 노출되어 있지 않다. 아체에서는 섹스 산업이 모두 음성적으로 내지는 지하에서 이루어진다. 이발소나 기타 서비스 업소가 종종 매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