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민족주의 역사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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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8 17:42 조회1,83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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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말에 ‘함락시킬 수 있는’이란 뜻의 요다야Yodaya란 게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함락시킬 수 없는’이란 뜻을 지닌 중세 태국 왕국 아유타야Ayutthaya를 비꼰 말인데, 심심찮게 태국이라는 국호 대신 쓰여왔다.
특히 두 나라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미얀마쪽에서는 태국 대신 ‘요다야’가 정부 문서나 교과서에 공식 용어처럼 등장했다. 실제로 좋은 본보기가 있다. 미얀마 군사 정부의 입노릇을 해온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New Right of Myanmar는 2002년 6월 20일치 기사에서 “그들이 이기심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린 ‘요다야’를 좋은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태국을 요다야로 불렀다.
그 무렵, 5월부터 미얀마 군사 정부가 마 틴 윈Ma Tin Win이라는 사학자를 동원해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에 “19세기 태국 왕실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자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 태국을 팔아먹었다”는 기사를 실은 뒤 두 나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그렇게 ‘역사왜곡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미얀마 정부군 포탄이 태국 왕립 프로젝트 지역인 북부 국경 도이 앙캉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이에 대한 태국쪽의 대응도 만만찮았다. 신문들은 “미얀마 군사 정부의 최고 실권자를 암살하라”며 무장 철학을 노골적으로 부추겼고, 탁신 친나왓 총리는 “그 모욕적인 기사는 미얀마 정부가 조종한 것이니 부적절한 부분들을 당장 수정하라”고 외치는 한편 “태국 군은 항의할 합법성을 지녔다”고 무력 시위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태국과 미얀마가 ‘삿 뚜르 티 수어 라이’(흉포한 적)니 ‘파르 나잉 응안’(매춘국)이니 하며 아예 상대를 대놓고 깔아뭉개온 말질 속에는 뿌리 깊은 불신감이 숨어 있다.
태국이 1767년 아유타야 왕국을 공격해 불상이란 불상은 모조리 목을 날려버린 미얀마에 대해 공포심과 적개심을 갖고 있다면, 1960년대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내걸고 제3세계 개발의 본보기로까지 불리다 장기 군사독재로 뒤틀려버린 미얀마는 정치ㆍ경제적 발전을 통해 상황을 역전시킨 태국에 대해 불타는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태국 남부 말레이(무슬림)쪽으로 넘어가보자. “못 믿을 무슬림들” “기회주의자 무슬림들” “난폭한 무슬림들”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이런 비열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태국 사람들 사이에 아무 탈 없이 돌고 있다. 탁신 총리 정부가 무슬림 분리주의 박멸작전에 돌입한 2004년 1월부터 이런 폭력적 인식은 날개 단 듯 온 천지를 날아다닌다. 그런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댄 태국 남부 무슬림 3개 주인 빠따니, 얄라, 나라티왓은 그야말로 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