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변화가 요구되는 역사 교과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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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9 10:32 조회1,25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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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요구되는
역사 교과서 인도네시아에서 학교 교과서는 교육부가 확정한 교과목에 따라 여러 출판사들에 의해 제작된다. 그렇게 출판된 교과서들은 개별 학교에서 교재로 선택된다. 저자들은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약 1달 정도의 짧은 시간을 갖는다. 실제로는 대개 여러 저자들이 책을 만드는데, 그 경우 주 저자는 그 수정 작업을 다른 공동 저자들에게 분할하며, 그 결과 종종 서로 다른 조각으로 이루어진 최종 교과서가 생산된다.
교과서의 질에 대한 무관심은 학교 교실에서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거의 맞먹는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주일에 2시간 정도만 역사를 배운다. 역사가 단지 학생들의 기말 시험에 포함될 뿐 인도네시아의 주요 국가 고시의 대상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나 학생 모두가 역사 과목을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 역사 교과서의 내용과 관련하여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수하르토의 독재 시대가 끝난 지 10년이 되었고 수하르토 자신도 2007년 1월에 죽었지만, 아직도 수하르토 시대의 역사 해석이 역사 교과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주 저자가 각각 막달리아 알피안(Magdalia Alfian), 이 와얀 바드리카(I Wayan Badrika), 그리고 푸르완토(Purwanto)인 3권의 역사 교과서를 한 번 살펴보자. 이들은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대표적인 역사 교과서에 속한다.
요즘의 역사 교과서가 수하르토 시대의 것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수하르토 시대 즉 신질서 시대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는 엄청난 변화가 존재한다. 예컨대 1998년에 수하르토가 어떻게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를 묘사할 때, 일부 교과서들은 장기 집권한 지도자의 정권에 대해 더 비판적이며, 수하르토 정권의 부패와 비민주적 제도들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렇지만 수하르토가 집권한 1966년 전 시기 즉 구질서 시대에 대해서는 수하르토 시대에 사용되었던 역사 교과서의 내용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1948년의 마디운(Madiun) 사태나 1965년의 9월 30일 같은 사건은 여전히 낡은 수하르토 시대의 설명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역사에 대해 이처럼 시대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 보이는 이유의 하나는 교과서들이 위에서 본 것처럼 너무 빨리 그리고 부주의하게 제작된다는 점이다. 막달리아가 주 저자인 역사 교과서는 분명히 여러 명이 함께 가담하여 오려 붙이기 작업을 한 결과로 보여진다. 저자들은 9월 30일 사건에 대해서는 신질서의 표준적인 해석에 따라 그것을 인도네시아공산당(PKI)에게 책임을 돌린다.
2007년 3월 압둘 라만 살레(Abdul Rahman Saleh) 법무부장관은 14종의 역사 교과서들을 금서로 규정하고 이들을 모두 소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조치의 이유 중 하나는 교과서들이 1948년 마디운에서의 공산당 반란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과거의 역사 교과서들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당시 네덜란드에 대항해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던 신생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등 뒤에 칼을 꽃은 일로 오랫동안 묘사 되어 왔다. 교과서들은 또한 9월 30일 사건(인도네시아에서 약자로 ‘G30S’로 알려져 있음)에 대한 PKI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학교 교과서는 인도네시아 법에 따라 9월 30일 사건을 ‘G30S/PKI’ 혹은 그와 비슷한 표현으로 묘사함으로써, 그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의 소재가 PK에게 있다고 기술해야 한다.
1998년 이후 개혁의 시대에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역사 기술에서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수하르토는 더 이상 위대한 개발의 아버지가 아니다. 어떤 교과서는 동티모르의 일부 주민들이 영토 합병에 동의하지 않았고 게릴라 투쟁으로 맞서 싸웠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교과서들은 언론탄압, 이념주입, 부패, 정치적 반대자들의 투옥 등 수하르토 정권의 여러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해석들은 교과서의 여기 저기에 분산되어 있을 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