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시대를 다룬 첫 교과서 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19 19:35 조회1,601회관련링크
본문
(사진 : 새 역사교과서로 크메르루주에 대해 공부하는 캄보디아 고등학생들)
2009년 11월 캄보디아의 고등학교들에서는 크메르루주(Khmer Rouge) 시대를 다룬 새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배부되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붕괴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캄보디아의 학생들은 폴 폿(Pol Pot) 치하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폴 폿 정권의 1970년대 후반기 3년 반 통치 기간 강제노역과 영양실조와 소위 “반혁명분자들”에 대한 즉결처형 등으로 약 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제는 지난 수십년 간 캄보디아의 학교에서 가르쳐지지 않았다. 프놈펜의 시소왓(Sisowath) 고등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받은 학생들은 교과서의 저자인 캄볼리 디(Khamboly Dy)와 교육부에서 파견된 한 공무원에게 “크메르루주가 도대체 누구죠?” “그들이 왜 동족을 죽였나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대충 알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 주제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는 매우 희박했다. 이때까지 캄보디아의 교과서들은 폴 폿 시대에 대한 설명을 다섯 줄밖에 써놓지 않았다. 그동안 캄보디아의 젊은이들은 크메르루주 시대에 대해 잘 몰랐고 또 별 관심도 없었다.
저자인 캄볼리 디도 크메르루주의 패망 후에 태어났다. 그렇지만 그는 젊은 사람들이 이 주제를 모르고 지나가면 안 된다고 본다. “크메르루주 정권 이후 캄보디아는 마치 깨진 유리잔처럼 심하게 손상되고 부스러지기 쉬운 나라가 되었어요. 젊은 세대가 이 깨진 잔을 보수할 책임이 있어요. 그런데 그들이 민주주의와 평화와 화합을 건설하기 전에 우선 이 나라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해야 할 거예요”라고 그는 말한다.
학교의 커리큘럼에서 크메르루주에 대한 공부는 1990년대 초 사라졌다. 당시 베트남 군대가 캄보디아에서 철수하고 내전이 종식된 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 크메르루주가 그 협정에 조인한 세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크메르루주를 탈당한 자들이 계속 있었고 또 그러한 인물들 중 현 정부에서 활동하는 자들이 존재해왔기 때문에, 크메르루주 이슈는 당시까지 다루기에 민감한 주제였다. 그래서 새 역사교과서도 폴 폿 시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하기 보다는 당시의 잔혹했던 사실들을 소개하는 데 보다 집중되어 있다. 이 책에는 “강제노역” “숙청과 학살” “심문과 고문” 등의 장이 있지만 그 상황을 보여주는 노골적인 사진은 실려 있지 않다. 이 교과서가 정부의 출판 허가를 받은 것도 바로 그러한 “온건한” 성격 때문이었다.
한 설문조사의 결과, 캄보디아의 젊은이들 중에는 크메르루주 시대 일어난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믿지 않고 또 자기 나라에 정말로 그러한 끔찍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에 의심을 품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시소왓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임 사오소카(Im Sao Sokha) 선생은 스스로 그 어두운 시기를 겪은 사람이다. 그는 “어떤 나라도 이처럼 잔혹하게 자기 민족을 죽인 경우는 없어요. 이건 캄보디아 역사의 파멸적인 시기였어요. 학생들이 만약 크메르루주 기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태도가 바뀔 겁니다. 그들은 이제 서로 다투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BBC News, 20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