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고무샌들 운동에서 나타난 시민사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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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3-20 22:10 조회1,65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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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고 고무샌들을 수집하는 자카르타의 어린이보호위원회 활동가들
인도네시아의 중부 술라웨시(Sulawesi)에서 2010년에 15세의 한 소년이 경찰관의 고무슬리퍼를 훔친 혐의로 붙잡혀 3명의 경찰관에게 두들겨 맞았다. 소년 측은 경찰관들의 폭행을 고소했으며, 그에 따라 경찰관들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소년의 슬리퍼 도둑질을 재판에 넘겼다. 슬리퍼 혹 고무샌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3~4,000원짜리였다고 한다.
소년은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 이름의 첫 글자들인 AAL로 알려져 있다. 소년에 대한 재판은 2011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경찰 측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AAL 소년은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AAL의 재판 사건은 국가의 사법체제를 절망적으로 보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 억, 수십억 원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공무원들도 종종 중형 선고를 모면한다. 그에 비해 사법체제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너무 강경하게 작용한다는 측면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어린이보호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Child Protection)는 12월 마지막 주에 고무샌들 주인인 경찰관에게 새 샌들을 사주기 위해 시민들에게서 기부금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중고 고무샌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소년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어린이보호위원회는 이에 중고 샌들을 수집하여 경찰관에게 주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중부 술라웨시의 어린이보호위원회 책임자인 소피안 파리드 름바(Sofyan Farid Lembah)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무샌들 수집]은 지난 주 뉴스가 나가자마자 일어난 즉흥적인 운동이죠. 이건 사람들이 체제의 불의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줍니다. 도대체 미성년 소년이 대수롭지 않은 범죄로 5년 징역형 선고를 어떻게 받는다는 말입니까?” 어린이보호위원회는 그동안에 전국적으로 3,000켤레 샌들을 수집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동안 하찮은 범죄 혐의로 경찰 내지는 검찰의 가혹한 행위와 처벌이 행해진 사례가 빈번하다. 가장 최근의 예로, 2011년 12월 보수적인 아체(Aceh)주에서 펑크록(punk rock) 콘서트가 열렸는데, 경찰관들이 들이닥쳐 50명 이상의 팬을 구속하고 이들을 10일짜리 갱생 프로그램에 강제적으로 보내 정신교육을 받도록 했다. [The Wall Street Journal, 201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