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카르노(좌), 핫타(우)

인도네시아 당국은 2012년 11월 ‘붕카르노’(Bung Karno)로 흔히 불리는 수카르노(Sukarno) 전 대통령과 ‘붕핫타’ (Bung Hatta)로도 알려진 모함마드 핫타(Mohammad Hatta) 전 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인정하여 그들에게 ‘국부’(father of the nation) 칭호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1945년 독립을 선언한 지 67년이 지나서야 내려진 결정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전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Megawati Sukarnoputri)의 아버지인 수카르노는 자바와 발리(Bali)의 지역 배경을 둔 집안에서 1901년에 태어났다. 1970년에 사망한 그는 죽기 전 수년간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제한된 가운데 가택연금 상태에서 살았다. 수카르노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강하고 화려한 개성을 지녔으며 달변이었고 또한 유명한 바람둥이로서, 이 마지막 측면은 그의 생애 많은 부인을 포함한 복잡한 여성편력으로 입증된다.

모함마트 핫타는 서부 수마트라에서 태어났으며 네덜란드로 유학 가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수카르노와 달리 그는 항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상냥했지만 동시에 지적으로 날카로운 측면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애국적이었고 민족주의적인 자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비록 독실한 무슬림이였지만 인도네시아를 이슬람국가가 아닌 세속적 국가로 수립하기를 선호했다. 이 측면은 ‘자카르타 헌장’ (Jakarta Charter)이라고 알려진 헌법의 초안에 나타나 있다. 그들의 이러한 관점에 대해 인도네시아 동부 지역 출신인 기독교 및 가톨릭 신자 민족주의 지도자들이 찬성했다. 이들도 국가의 기본적 가치관을 수립하고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65년에 인도네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발생했다.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은 과대망상증과 독재적인 폭정이 갈수록 늘어났으며, 냉전시대 미국의 적대국가들인 소련, 중공, 북한 등 공산국가들과 갈수록 가깝게 지내고 자국에서의 공산주의 운동을 점점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965년 10월 30일 수카르노는 7명의 장군들을 자신의 추종자들과 인도네시아 공산당(PKI) 당원들을 시켜 살해했다. 수 개월 뒤 수하르토(Suharto) 장군은 수카르노 정부를 전복하고 1967년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다. 새 정권은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유혈숙청을 단행하여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약 200만 명의 공산주의자들과 좌익 지지자들을 죽였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친미 정책을 추구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수카르노와 핫타 에게 ‘국가적 영웅’ 칭호를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래된 적개심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국가적 단결을 드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결정이 수하르토에게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민중들 사이에 구스 두르(Gus Dur)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인도네시아의 기독교인들에게 호의적이었던 압두르라만 와히드(Abdurrahman Wahid) 전대통령이 왜 ‘국가적 영웅’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일이 추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는 그런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자이다. [AsiaNews, 201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