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피크리 군수(좌)와 파니 옥토라(우)

서부 자와(Java)에 위치한 가룻(Garut)군 군수인 아쳉 피크리(Aceng HM Fikri)라는 자는 결혼한 지 나흘 만에 새 아내를 거부하여 혼인관계를 끊었다. 이유는 그녀가 처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큰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이 이 사태에 개입하여 그 공무원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 사건은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사회적 및 종교적 모순들의 몇몇 중요한 측면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모순 가운데 하나는 부유한 사업가들이 무슬림 전통에 따라 한 명 이상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다. 이때 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무슬림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 일부다처제가 국가의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해당관청에 등록하지 않는다.

     40세인 피크리는 당시 18세였던 파니옥토라(Fani Oktora)와 2012년 7월 14일 이슬람식 혼례식을 올리고 4일 후에 신부를 거부했다. 당시 그는 인도네시아 국법에 따라 다른 여자와 결혼한 상태였다. 그는 새 신부를 쫓아내면서 “처녀가 아닌 여자”를 위해 2억5000만 루피(약 2,900만원)를 쓰지 않겠으며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나는 그녀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여자라고 기대할 권리가 있다. 유명 연예인과 하룻밤을 보내도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전국적으로 소동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 단체들이 격분했다.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길거리 시위에 나서 그의 면직을 촉구했다. 국가행정 수반도 이 일에 관심을 보여 유도요노 대통령은 도지사들과의 공식적인 한 회의에서 이 사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피크리의 처사가 적절치 못하고 여성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한 디통령은 내무부장관에게 ‘피크리 스캔들’을 처리하고 당사자를 사임시키라고 직접 말했다.

이 사태는 그러나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실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 문제란 이슬람이 지배하는 이 나라에서 돈 많은 남자들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하여 이슬람이 정당화하는 일부다처제의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많은 여성들이 ‘니카 시리(nikah siri)’ 즉 등록하지 않는 혼인 관계를 맺어 한 남성을 그의 공식적인 부인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그같은 악습과 차별대우의 희생자인 비공식적인 부인들 사이에서 분노를 일으켜왔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인도네시아 현행 사법제도는 해결책을 별로 주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법으로는 한 무슬림 남자가 4명까지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다. 일부다처제를 찬성하는 부유한 인도네시아인들 중에는 더 많은 부인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수하르토 대통령 시대(1967~1998)일부다처제가 금지되어, 부인을 여러 명 둔 공무원은 해임되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1974년에 공무원들의 일부다처제를 금하는 법에 서명했다.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그가 이 법을 제정한 것은 전통적인 자바(Java)여성으로 일부다처제를 반대한 수하르토의 영부인 티엔 수하르토(Tien Suharto)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Sukaro)는 색을 밝히는 데 유명했으며 잘 알려진 일부다처주의자였다. [AsiaNews,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