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알라’ 단어는 무슬림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단체 회원들

10년 이상 지속된 법적 분쟁 끝에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2021년 10월 3일 말레이시아의 기독교인들이 기도, 텍스트 및 예배 등 종교적 행사에서 ‘알라’라는 단어를 하나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장기간 지속되어 온 금지령을 뒤집고 정부가 금지령에 찬성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편에 서서 30년 이상 지속된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법정 소송이 시작된 지 13년 후, 노르비 아르핀(Nor Bee Ariffin) 판사는 원래 사라왁 출신의 기독교인 질 아일랜드 로렌스 빌(Jill Ireland Lawrence Bill)에게 자신의 종교 활동에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부여했다.

또 법원은 교육의 목적으로 기독교 출판물에서 카아바(Kaabah, 메카에 있는 이슬람의 성전), 바이툴라(Baitullah, 하나님의 집), 솔라트(Solat, 기도)라는 세 단어의 사용도 승인했다. 이 사건은 2008년 로렌스 빌이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 공항에 착륙할 때 휴대하고 있던 8개의 교육용 CD를 당국이 압수한 후 법정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2014년에 법원은 압수를 불법으로 선언했고 다음 해에 자료를 그녀에게 반환했지만, 단어 사용에 대한 문제는 미해결의 상태였다.

판결은 처음에 2018년에 예상되었지만, 여러 차례 연기되었다. 한편, 당사자들은 코로나 전염병으로 소송 절차가 중단되기 전에 법정 밖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번 법원 판결로 공공 질서를 고려해 기독교 출판물에서 ‘알라’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무부의 회람도 파기되었다. 법원의 판단으로는 내무부가 권한을 초과해 헌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판사는 “종교의 자유는 공공 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보호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계획인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의 진행 과정에는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에피소드가 수년에 걸쳐 있었다. 2014년 1월에 약 300권의 성경이 압수되었다. 2013년 10월 항소 법원은 가톨릭 주간지 헤럴드(Herald)가 기독교의 신에 대해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말레이시아의 2,800만 인구 중 약 60%가 이슬람 교도다. 기독교인은 260만 명 이상으로, 불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종교 집단이다. 400년 된 라틴어-말레이어 사전은 ‘알라’라는 단어가 이미 당시에 현지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siaNews, 202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