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외환 위기 후 경제 회복의 험난한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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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5-05 22:38 조회1,80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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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분야에서의 상황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그 이유들로는 첫째 경제위기 이전에 과잉 생산되었던 창고의 재고품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 둘째 경쟁력이 약한 회사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점, 셋째 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은 수출품의 대부분이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방법으로 생산되며 그러한 상품은 채산성이 적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그런 상품들은 태국 주위의 나라들에서 더욱 값싸게 공급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력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태국 기업들이 그동안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s Development)을 소홀히 했다는 것으로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여파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많은 기업들로서는 인적자원개발에 투자할 만한 여유가 없다. 한편 제품들의 판매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실업자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태국의 실업률은 1999년에 4.09%이었지만, 2000년도에는 7.4%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실업자의 증가는 내수시장의 회복과 인적자원개발을 저해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산업 구조조정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첫째는 1990년대 중엽에 새로운 사업분야로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과잉 팽창된 태국의 기업들을 정리하여 알맞은 크기로 축소시키는 것, 둘째는 그동안 지연된 기업의 현대화 작업에 착수하고 이를 끝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현대화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데, 많은 기업들은 자본 조달이 어려워 현대화를 포기한 상태에 놓여 있다. 태국의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는데, 그것은 총 대출금 중 회수하기가 어려운 불량 대출금의 부분이 1999년 5월에 47.7%이었다가 2000년 1월말 현재 38.68%로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회사들의 오늘날 불량 대출금은 대부분 1990년대 중엽에 경기호황을 탄 기업들이 사업확장을 할 때 빌린 것이다. 당시 은행들도 그러한 사업확장을 지지하고 심지어 사업에 참가하면서 유리한 조건으로 기꺼이 대출해 주었다. 그러다가 1997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그동안 부풀대로 부풀어 있던 거품이 빠지면서, 기업들은 빚을 상환할 수도 없고 상환하려고도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끝으로 국가예산의 적자운영 문제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태국의 중소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자본 부족 및 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국고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2000년 3월 방콕 정부는 총 81억 바트를 기업들에 대한 자본대출금으로 투입하여 핵심 산업분야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생산능력을 증대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태국의 수출입은행(Exim Bank)과 Industrial Finance Corporation of Thailand와 Small Industrial Finance Corporation을 통해 대출된다. 또한 추가로 30억 바트를 투입하여 산업의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59개의 프로젝트를 선택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지원을 위해 정부는 예산적자의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1998/99 회계연도(10월 1일-9월 30일)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7.2% 규모에 달했다. 외채는 1999년 10월 현재 776억 US$이며, 그 중 46.5%가 정부가 진 빚 부분이다. 메릴 린치(Merril Lynch)사는 태국 정부가 향후 4-5년간 외채의 이자지불을 위해서만 매년 30억 US$의 예산부담을 갖게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여기다가 2000년 말부터 상환하기 시작해야 하는 134억 US$의 IMF 대출금까지 고려한다면. 태국의 국가재정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이상 살펴본 수출경제의 부진, 산업 구조조정의 난관, 국가재정의 적자 등 세 가지 문제는 현재로서는 원만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콕 정부는 태국이 경제위기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