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영문일간지인 The Nation의 1999년 11월 3일과 4일의 보도에 따르면, 라오스의 수도인 위앙짠에서 10월 26일 반정부 시위를 벌인 수십 명이 라오스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들은 라오스 정부의 경제정책의 과실을 비난하면서 다음의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와 국회의 사임, 둘째,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실시, 셋째, 라오스 헌법과 국제법에 따른 인권존중, 넷째,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라오스 국내외의 반정부 인사들의 사면, 다섯째, 반정부단체들과 재외 라오스 애국단체들과의 열린 대화. 이 반정부 시위가 1997년 시작된 라오스의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인플레와 10배 이상 추락한 환율의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서 그들의 주장과 요구가 라오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적어도 일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정부 시위가 10월 26일에 발생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이 날은 라오스에서 불교의 사순절인 우안거(雨安居)의 마지막날이며, 이를 위한 경축행사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보트경주가 열리기 때문에, 당국의 주의력이 종교적인 의식과 전통적인 행사에 집중된다. 게다가 이 날 관광객들을 포함한 외국의 관심이 위앙짠에 쏠리기 때문에 항의시위는 국제적인 여론을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항의시위는 위앙짠의 여러 곳에서 일어났는데, 그 중의 하나는 대통령궁인 호캄(Hor Kham) 앞에서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있어 비밀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여 시위의 주동자인 통빠섯 끄어쿤(Thongpaseuth Keuakhoune)을 비롯한 6명의 학생들을 붙잡아 연행했다. 그 다음날 15-25명 사이의 또 다른 시위행진 참가자들이 체포되었다. 체포된 자들은 대부분 라오스의 동독(Dong Dok) 국립대학교와 위앙짠 전문대학의 학생들과 선생들이었다. 그러나 항의시위에 참가한 자들의 정확한 숫자와 체포된 자들의 운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반정부 시위자들에 대한 검거선풍이 이로써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라오스 당국은 공식발표를 통해 위앙짠에서의 반정부 시위와 체포를 부인했으나, The Nation지의 1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10월 26일의 사태 이후 계속 반정부 시위 관련 사람들이 붙잡혀 그 사이 총 1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그 중에는 위앙짠 시의 4개 구의 하나인 시코또봉(Sikhotobong)의 구청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써 이번 반정부 운동에는 라오스의 고위직 정치인도 가담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반정부 시위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모든 라오스 대학생들과 라오스 인민의 운동”이라고 불렀으며, 항의를 통해 정치적 및 사회적 체제의 개선에서부터 교육 및 국민보건의 개혁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분야에 대한 라오스 국민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10월 26일 반정부 시위는 라오스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번 사태는 1975년 12월 공산주의자들이 라오스의 정권을 장악한 이후 최초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그 사이 라오스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공산당 정부에 대해 비판적일 정도로 성숙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 정부가 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둘째 이번 사태를 통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독재적인 공산당 정부와 라오스 인민간에 불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과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부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1989년에도 3명의 정부인사들이 라오스 공산당 정부의 비민주적인 정책실행 과정을 비판했으며 다당제를 요구하는 등 라오스 정치의 자유화를 외쳤다가 바로 체포된 일이 있었다. 그들은 1992년 11월 인민재판에서 반역과 라오스 인민공화국에 적대적인 프로파간다의 유포 혐의로 각각 14년 징역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당시 과학기술부 차관인 통숙 사이상키(Thongsouk Saisangkhi)였다. 한 명은 1998년에 감옥에서 죽고 나머지 두 명은 여전히 옥살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