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1997년 연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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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4-29 16:08 조회1,56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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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8월말부터 동남아 일대에 걸쳐 많은 피해를 주어 세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는 인도네시아의 연무 사태는 세기말 환경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하르토 대통령은 특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이웃국가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연무에 대해 97년 9월 16일 아세안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이때 연무 사태가 장기간의 이상 건조현상과 산불이 수마트라, 깔리만탄, 술라웨시, 이리안 자야의 광활한 지역으로 확대된 점으로 인해 쉽게 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그는 이것이 자연적인 재해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번 사태에는 경제적 탐욕과 정치적 부패라는 보다 중요한 인재(人災)의 요인들이 있었다.
연무의 직접적 원인은 인도네시아의 많은 플랜테이션 회사들이 농장을 위한 토지를 개간하기 위해 밀림에 놓은 산불에 있다. 회사들은 고무나무, 펄프재 나무, 기름야자나무(oil palm) 등을 심는 플랜테이션들이다. 그 중 특히 기름야자나무 플랜테이션이 주범으로서 야자유(palm oil)에 대한 국제적 수요의 급증에 따라 기름야자나무 농장지의 확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대우림을 마구잡이로 파괴해 왔던 것이다. 1996년 인도네시아의 야자유 및 야자유 생산품의 수출 총액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지난 5년간 3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실제로 야자유 산업에 대한 육성을 공식적 경제정책에 포함시켜, 2000년까지 720만톤 야자원유의 생산을 촉구하고 있다. 이것은 현 플랜테이션 지역을 약 550만 헥타르로 두 배 이상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무의 피해는 이미 1982-83년 360만 헥타르 이상의 삼림을 태운 산불에서 충분히 경험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5년 늦게나마 개간을 위해 산불놓는 것을 법으로 금했다. 올해 9월 9일 수하르토 대통령은 그 금지령을 재천명하여 이것을 어길 경우 토지 사용허가를 취소한다는 방침을 공포했다. 그러나 금지령이 얼마나 지켜지고 법집행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며 지속적일런지는 회의적이다. 그것은 플랜테이션을 위한 새로운 토지를 확보하는 가장 손쉽고 값싼 방법은 산불이기 때문이다. 도로도 없는 밀림에 들어가 원시림을 일일이 벌목하여 개간하는 것은 플랜테이션 회사들로서는 경제성이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대부분의 플랜테이션 업자들에게 뿌리깊게 자리잡아 있다. 정부의 법적인 제재에 대해 그들은 심지어 관련 공무원에게 적당한 뇌물을 주면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야간에 집중적으로 산불을 놓는 소규모의 플랜테이션 회사들에 대해서는 당국의 통제가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이번의 연무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불어온 연무에다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 매연 등이 합쳐 산업화로 인한 환경재해가 어떠한 것인가를 절실히 경험했다. 동남아의 울창한 열대우림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연의 파괴는 이제 동남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아시아의 전반적인 생태계에 대한 위협이고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연결된다. 인도네시아의 연무 사태와 같은 환경문제가 차후 어디서 터지더라도 이제는 그 해결을 위해 다국적으로 근본적인 노력이 기울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