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은퇴이민자들을 부르는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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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4-01-26 23:21 조회61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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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은퇴이민자들을 부르는 말레이시아
홍석준(목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슬로건이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의 축소판이라는 뜻이다. 문화적 다양성과 민족적 복합성으로 널리 알려진 아시아 문화의 진수가 말레이시아에 집약되어 있다는 말이다. 아시아의 문화 모자이크는 말레이시아에서 축약된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진정한 아시아, 그 매혹의 세계가 바로 말레이시아의 슬로건이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라는 문구를 거리와 상점 등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에서의 노후생활을 즐기기 위해 많은 외국인 은퇴이민자들이 말레이시아를 찾고 있다. 한국인들의 말레이시아 입국 요인으로 조기유학과 부동산 투자와 더불어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은퇴이민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MM2H: Malaysia My Second Home, 이하 MM2H) 프로그램을 통해 안락한 은퇴생활을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말레이시아를 찾아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외국인 은퇴 이민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말레이시아로의 은퇴 이민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의 방문이나 체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MM2H는 일종의 장기 거주비자라는 개념과 동일시된다. 말레이시아에는 이민제도가 없어 거주를 위해서는 노동비자를 필수로 요한다. 하지만 MM2H를 통하면 노동 비자 없이도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력만 증명되면 장기거주를 허가받을 수 있다. 이는 한마디로 말레이시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외국인들의 은퇴 이민을 유치하고자 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야심찬 정책이다. 2006년에는 총 65건의 한국인 MM2H 비자신청이 있었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2001년 이후 2006년 말까지 6년 간 모두 213명의 한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 반해, 2007년 한 해 동안에는 152명이 비자를 신청하였다. 2008년에는 매달 약 700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 신청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에게 MM2H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국가 중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에 속하며, 치안이 가장 잘 정비되어 있어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보다 격조 높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매혹적인 주위환경과 다양한 음식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 10년 장기 체류비자와 거주공간과 차량을 구입할 때 받는 세금면제 등은 MM2H가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 중 일부에 불과하다. 수천 명의 은퇴자들이 이미 현지의 친절한 이웃들과 더불어 교민들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은퇴 생활은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삶이자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말레이시아로의 은퇴 이민을 적극 장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안락한 노후생활지로서 말레이시아를 선택하는 데도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여가 생활에 적합한 열대성 날씨다. 둘째, 급격하게 부상하는 아시안 커뮤니티를 들 수 있고, 셋째 가족 여행지로서의 매력적인 조건이다. 즉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질 높은 생활을 추구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한국인 은퇴 이민자들에게 말레이시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생활비가 다소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치안상태와 영어통용도가 높은 수준이며, 다문화, 다종족의 특성으로 인해 의식주 문화가 다양하고, 한국에 비해 골프 등 레저스포츠 시설이 풍부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이웃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은퇴 이민지 조건에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꾸준한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의적인 평가,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인 말레이인을 비롯하여 화인과 인도계, 사라왁(Sarawak)의 이반(Iban) 족, 사바(Sabah)의 까다잔(Kadazan) 족, 그리고 오랑아슬리(orang asli, 원주민)라 불리는 원주민 등 문화적 다양성과 종족적 복합성을 지닌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소위 ‘다문화사회’(multicultural society)이자 ‘다종족사회’(multiethnic society)이기 때문에 한국인 은퇴 이민자들도 ‘외국인’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받지 않고 비교적 쉽게 현지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MM2H 프로그램은 은퇴 이후 말레이시아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이주 정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택 구입 시 특전이 있다. 주택 구입을 알선하고 임대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또한 주택 입주 시 필요한 전화와 인터넷, 아스트로(Astro, 위성TV) 등의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MM2H 프로그램의 효과는 보르네오 섬의 북부에 위치한 동 말레이시아(East Malaysia)의 사바(Sabah) 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바 주는 주도(州都)인 꼬따끼나발루(Kota Kinabalu)를 중심으로 면세 지역으로 지정되어 수많은 외국인 은퇴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로 부상하였다. 그들이 사바에서 즐기는 삶과 여유를 위해 해외의 유수 부동산업체들이 나서고 있으며, 황혼에서 만나는 전원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안락하고 편안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유수 건설업체에 의해 콘도미니엄과 리조트 건축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사바 지역은 지난 수 세기 동안 까다잔(Kadazan) 족을 비롯한 복합적인 종족들의 다채로운 문화를 보존, 개발해 왔으며, 이는 토착 문화의 상품화를 가져 왔다. 예컨대 사바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유명한 보리수는 상인들의 교역 장소였다. 이제 보리수에 얽힌 전설, 민담, 신화, 설화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산업 정책으로 인해 사바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탈바꿈하고 있다. 보리수는 이제 한국인과 현지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열대의 초호화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싱그러운 열대의 자연과 푸르른 남중국해로 둘러싸인 곳. 천연의 자연이 숨 쉬는 사바 지역은 삶의 여유와 열대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정경, 설계, 조경, 디자인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 문화의 특색을 반영하는, ‘작은 말레이시아’ (little Malaysia)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 은퇴이민자들에게 말레이시아는 은퇴 이후 퇴직금으로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낙원인가? 아니면 단순한 여행지인가? 그들이 꿈꾸는 풍요로운 삶과 세련된 생활양식을 보장할 것으로 선전하는 말레이시아의 주거 환경은 한국인들로서는 좀처럼 꿈꾸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인 은퇴이민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매력적인 제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이 그들의 은퇴 이후의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바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은퇴 이민자들에게 MM2H의 성공 여부는 좀 더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서남포럼뉴스레터, 2009.11.10 게재된 글로, 필자의 허락하에 전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