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젖 짜내기

번호

222

 

작성자

편미선()

작성일

2015-09-05 20: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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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칼럼 58호(2014년12월2일)

막내 딸 찬송이는 필리핀에서 태어났다. 1996년 사마르 섬에서 사역을 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셨는데 그 섬에는 출산할만한 마땅한 병원이 없어서 마닐라 병원으로 출산을 위해 나와있었다. 그런데 예정보다 2주나 일찍 나온 바람에 남편도 없이 혼자서 낯선 병원에서 해산의 고통을 견디어야 했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분만실의 냉방에 잠자는 주사를 놓고 잠을 재워 방치해 놓았다가 9시간 만에 선배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일반 병실로 올라 올 수 있었다. 그 때 남편은 사마르 섬에 있었고 단기선교 팀을 인솔 중에 있어서 도저히 마닐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서러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곤 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6살 차이가 나는데 둘째를 출산했을 때는 거의 모든 육아법을 이미 잊은 상태여서 더욱 당황스러웠었다. 첫째 딸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있어서 초유를 포함 모유수유를 전혀 시키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둘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초유를 먹이고, 모유수유를 시켜야겠다고 작정하고 모유수유를 시켰다. 그런데 엄마의 젖이 불어나면 아이에게 먹인 후 나머지는 깨끗이 짜내어야 하는데 너무 아프고 귀찮아 짜내지를 않았더니만 급기야 젖몸살을 앓게 되었다.

온몸이 얼마나 아픈지 젖을 도려내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남편이 없으니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내 젖을 좀 짜내 주세요~”라고 애원하고 싶을 만큼,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젖을 말려버리고 싶을 만큼,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너무 아픈 나머지 아는 사모님께 하소연을 했더니 아파도 참고 젖을 짜내야 한단다. 찌릿~찌릿~ 느낌으로는 500볼트쯤 되는 전기에 감전되는 느낌으로 눈물, 콧물 다 동원하여 내가 내 젖을 짜내는 아픔을 겪으면서 배운 놀라운 교훈은 그 젖을 짜 내어야 신선한 새 젖이 만들어 지고, 아기는 그 신선한 젖을 먹어줘야만 면역력이 강화되어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교훈이었다.

카이로스의 내용 가운데 ‘복이 되기 위해 복을 받다’ 라는 문구를 대할 때 마다 막연히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감이 생겼던 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복’ 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오늘 갑자기 19년전 젖 몸살을 앓던 기억이 나면서 이 문구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해석 되더니 “어떻게 복의 통로가 되어야 하나” 많은 고민과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막중한 과제를 부여 받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제까지 선교사로 현지인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면서 예수님을 모르는 그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그래서 그들이 구원받고, 우리의 작은 노력이지만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우리가 소속된 지역을 발전시켜가는 그것이 내가 받은 복을 복이 되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득 그 복이 더 이상 계속해서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있거나 통로를 이탈하여 자연 소멸되어 가고 있는 듯한 강한 느낌이다. 복이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결국 모든 열방까지 다다를 통로건축을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오리지널 그대로가 아닌 내가 편하도록 변형시켜 작업한 것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조금씩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의 젖 짜내기를 꺼려한다. 아파서 만지지도 못할 만큼 퉁퉁 불어난 현지인들의 젖을 아프지만 참고 인내하며 스스로 잘 짜내어 신선한 젖을 끊임 없이 생성시켜 아기에게 먹이도록 가르치기 보다는 그 아파하는 산모의 모습을 보기가 안타까워 돈 몇 푼 쥐어주고 분유를 사다 주어 아가의 배고픔을 쉽게 해결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친 결과 결국 약한 면역력으로 인해 온갖 질병들의 침입에 대항하여 싸우기보다는 그냥 앓아 누워버릴 수밖에 없도록 허약체질로 만들진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라도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가난으로 인해 힘들고 자신들이 먹기에도 풍족하지 않아 허덕이는 그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리도록 가르치고, 그들보다 더 가난한 자들을 돌아보게 해야 하고, 몸과 마음과 물질과 시간을 드려 복음전파에 힘쓰게 해야 하는 그 일이 바로 불어난 젖을 짜 내어주는 고통이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면 신선한 젖을 하나님의 방법으로 공급받고, 그 채워진 것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흘러가게 하는 것이 바로 복이 되게 하는 삶인 것을 새삼 깨닫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루어 가야 할 과제임을 깨닫는다.

‘복이 되기 위해 복을 받아야 한다’는 이 나눔을 통해 하나님께 초점이 맞추어진 새로운 연대기를 다시 써 나가도록 매일 매일 우리의 삶의 채널을 하나님의 마음에 고정시키며 살아 가야겠다.

▶ 필자소개

남편 원인규 선교사와 1993년도에 파송받아 현재 필리핀에서 사역중이다. 주 사역으로는 필리피노 선교사 훈련, 카이로스 사역, 파견사역과 교회사역을 하고 있다. 두 딸 찬양, 찬송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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