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발리의 힌두교 신년축제일 Hari Raya Nyepi

번호

222

 

작성자

강영순()

작성일

2006-04-21 2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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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힌두교 신년축제일 Hari Raya Nyepi

강영순(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발리에서 매년 행해지는 힌두교의 신년 축제일인 ‘하리 라야 녀삐(Hari Raya Nyepi)’의 독특함을 설명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그러한 절기를 어김없이 지켜온 발리 힌두교의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동남아 각국에 힌두교가 분포되어 있지만 유일하게 주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신봉하고 있는 섬은 ‘지상최대의 낙원’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발리이다. 세계최다수의 이슬람교도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가 토착화되어 뿌리를 내린 지역이 발리 섬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힌두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현존하는 지역은 발리 이외에도 발리에 인접한 섬인 롬복 섬이다. 롬복 섬 또한 힌두교의 잔재가 남아있고 다수의 주민들이 힌두교의 전통적인 의식을 행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발리에 미치지는 못한다. 발리는 ‘힌두교의 섬’ ‘신들의 섬’으로 알려져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그렇게 생소하지 않고 하나의 종교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와섬 동부쪽에 위치한 섬이다. 주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신봉하게 된 것은 마자빠힛(Majapahit) 왕조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부터 자와섬의 꺼디리를 중심으로 융성하게 발전한 마자빠힛 왕조는 힌두교를 왕국의 중심 종교로 하여 힌두교 문화를 꽃피웠다. 그 당시 마자빠힛 왕조의 재상이었던 가자마다(Gajah Mada)가 1343년에 발리를 정복하고 ‘꺼디리(Kediri)’ 왕조의 브라만 계급인 스리 끄레스나 까빠끼산(Sri Kresna Kapakisan)을 발리 왕으로 봉하였다. 그 이후로 발리는 힌두 문화와 자와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어 토속신앙과 혼합된 힌두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1527년에 드막 왕국의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마자빠힛 왕조가 몰락한 후 마자빠힛 왕조의 힌두교도들, 즉 힌두교 승려와 귀족 그리고 힌두교 학자와 예술가 등이 발리 지역으로 이주하여 종교 문화및 예술 등을 유포시킴으로 힌두교 문화가 오늘날 발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게 된 것이다.
발리의 힌두교는 발리의 토착적인 요소와 애니미즘 요소가 가미된 모습으로 정착되어서 ‘발리 힌두교(Hindu-Bali)’라는 독자적인 용어를 쓰기도 한다. 삼신일체사상인 뜨리무르띠(Trimurti) 사상 -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Brahmana/Brahma), 유지의 신이자 번영의 신인 비슈누(Wisnu/ Vishnu), 환생의 신인 시바(Siwa/Shiva) 등 세 신을 하나로 보는 사상 - 을 가지고 삼신을 믿는 동시에 여러 신들을 포함한 만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두는 발리 힌두교는 정령숭배를 하는 토착신앙과 융화되어 토착화됨으로 발리만의 독특한 양상을 띠며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발리의 힌두교 신년은 참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힌두교 전통에 따라 의식을 행하면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와 같은 힌두교 신년을 ‘하리 라야 녀삐(Hari Raya Nyepi, 녀삐 축제일)’라고 부른다. ‘하리 수찌 녀삐(Hari Suci Nyepi, 녀삐 성일)’라고도 불리운다.
힌두력인 슈끌라빡사(Syuklapaksa) 계산법에 근거해서 환산하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다르다. 대축제일로 힌두교의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2006년 올해는 3월 30일이 ‘Hari Raya Nyepi’이다. 힌두력으로 ‘1928년 사까(Tahun Baru Saka 1928)’ - Saka는 힌두력으로 열 번째 달의 첫째 날을 의미함 - 인 셈이다. 2005년엔 3월 11일이 ‘녀삐’로 경축되었다.
‘녀삐’가 되면 발리섬은 ‘주민이 살지 않는 섬’과 같다. 힌두교도들은 각자의 집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올해는 1927년에서 1928년으로 넘어가는 시점, 즉 해가 뜨기 전부터 그 다음 날 해가 다시 뜨는 시각까지 24시간 동안 발리의 모든 힌두교도들은 네 가지 금기사항(Tapa Brata Penyepian)을 실행한다. 네 가지 금기사항이란 첫째, 불을 켜지 않는 것(amati geni). 둘째, 활동을 하지 않는 것(amati karya). 셋째, 여행을 하지 않는 것(amati lelungan). 넷째, 오락이나 유흥을 즐기지 않는 것(amati lelanguan) 등이다.
‘녀삐’엔 발리의 중심도시인 덴빠사르에 소재한 여러 마을의 구석 구석을 보아도 ‘자연의 소리’, 즉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다양한 동물들의 울음소리, 바람이 각종 수목들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등만 들릴 뿐이다.
사람이나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발리 응우라 라이 국제공항(Bandara Internasional Ngurah Rai)이 24시간 동안 폐쇄되기 때문이다. 발리 원주민들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온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된 2,500 가구가 거주하는 덴빠사르의 모낭-마닝(Monang-Maning) 주택단지 또한 힌두교 절기인 ‘하리 라야 녀삐’를 실행하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처럼 외부인들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 또한 그러한 힌두교도들의 절기를 존중하며 협조하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이 절기에 대한 예를 표하는 다른 한 예로, 2004년 선거 캠페인시에 발리에서는 선거캠페인과 정당활동까지도 3월 21일 ‘녀삐’를 중심으로 하여 3일 정도를 쉴 정도였다. 어떠한 규정을 정해서 시행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자의적으로 협의되어 실행되어진 것이다. 전 대통령이었던 메가와띠 수까르노 뿌뜨리 대통령은 ‘녀삐’에 반둥의 가시부(Gasibu)광장에서 행해진 선거유세에서 발리 주민과 인도네시아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힌두교도들에게 “스케줄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하리 라야 녀삐’에 선거유세를 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던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모든 일상업무를 중단하는 그 날은 거리에서 사람을 구경할 수가 없다. 각 주택단지의 교차로나 막다른 골목을 지키고 있는 몇몇의 경비원만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꾸따(Kuta), 누사두아(Nusa Dua), 사누르(Sanur) 등의 해변가나 관광지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발리에서 우연히 휴가를 보내게 된 외국 관광객들 또한 발리의 힌두교도들이 기념하는 ‘하리 수찌 녀삐’에 동참하게 된다. 그들은 투숙하고 있는 호텔이나 숙소에서 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즉 호텔이나 숙소에 마련되어 있는 몇 가지 시설들만을 이용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또한 발리의 힌두교도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타종교인들도 그러한 특별한 절기에 힌두교도들이 ‘네 가지 금기사항’을 행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존경심을 표한다. 따라서 320만 주민이 살고 있는 발리는 ‘주민이 살지않는 죽음의 섬’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정말 너무나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이다.
발리주 지방정부나 군청, 그리고 각 지역의 행정관청은 자동차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단지 아주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시에나 분만을 하는 임산부나 기타 응급을 요하는 일이 있을 시에는 각 지역장의 허락을 받고 이용할 수 있다. 병원이나 소방서 등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호텔직원들 또한 하루 전에 출근해서 그 다음 날까지 근무를 하게 된다. 앰블런스는 응급환자를 위하여 병원에 대기하고 있다.
응우라 라이 국제공항은 매일 100여대의 항공기가 착륙하는 곳인데 힌두교 절기인 ‘하리 라야 녀삐’엔 공항을 폐쇄한다. 2005년엔 여섯 번째로 공항을 폐쇄하였으며 그 진행과정은 성공적이었다. 2006년 올해는 일곱 번째로 공항을 폐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뿐만이 아니라 발리에 소재한 네 군데 부두에도 일체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 네 군데 부두는 브노아(Benoa), 쯜루깐 바왕(Celukan Bawang), 빠당바이(Padangbai) 그리고 길리마눅(Gilimanuk) 부두를 의미한다. 자와 섬과 소순다 열도(발리를 포함한)를 잇는 수십 척의 페리호가 운행하지 않고 부두에 정박만 해 놓고 있다. 그러한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섬에서 발리로 오는 선박은 운행되지 않다가 ‘녀삐’ 절기가 종료되면 운행이 시작된다.
낮에는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밤에는 칠흙같은 어두움이 깔린다. 낮에는 밖에 다닐 수가 없고 밤에는 불을 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리의 힌두교도들이 ‘네 가지 금기사항’을 실행하고 집 안에만 있을 동안은 발리는 주민이 살지않는 섬처럼 마치 죽음의 섬처럼 보이는 것이다.
발리주민들은 매년 이러한 발리 힌두교의 전통적인 의식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신들에게 속죄의식을 행하며 금기사항을 실천한다. 또한 ‘녀삐’ 절기를 행하는 것은 특별히 힌두교도들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욕심, 거만함, 이기적인 생각이나 나쁜 일들이나 좋지않은 일들을 모두 없애버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녀삐’를 포함한 각 힌두교 절기를 행하는 것은 신에 대한 숭배의 표현이자 자기성찰의 표현으로, 이제는 발리 힌두교 주민들의 생활문화의 일부로 되어 있어 타종교인들이나 외국인들에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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