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도네시아의 최근 정세

번호

222

 

작성자

배긍찬()

작성일

2004-08-30 09: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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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최근 정세: 와히드-메가와티 신정부 출범 및 향후 전망

배긍찬(외교안보연구원 교수/아태연구부장)


1. 신정부 출범

인도네시아 헌법최고기관인 국민협의회(MPR)는 1999년 10월 20-21일 이슬람 지도자인 압두라흐만 와히드(Abdurrahman Wahid: 일명 Gus Dur)와 야권 지도자 메가와티 수까르노뿌뜨리 여사 (Magawati Sukarnoputri)를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하였으며, 이어 와히드 대통령은 10월 26일 개혁과 국민화합을 강조하면서 주요 정당 및 군소정당 대표, 군부 지도자, 소수민족 및 종교계 인사 등을 골고루 영입한 거국내각("national unity cabinet")을 구성함으로써 인도네시아 신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신정부 출범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32년간의 수하르토 권위주의 군부통치체제가 무너진 이후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했다는 점이다. 비록 인도네시아가 완전한 의미의 민주적 헌법을 갖고 있지 못하고 정치제도화의 수준 또한 낮은 것이 사실이나, 한번도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권교체를 경험하지 못한 인도네시아에 있어서 이번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는 민주화와 정치발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와히드-메가와티 신정부 출범은 일단 1998년 5월 수하르토의 하야 이후 정치적 혼돈과 종교, 지역적 분열상을 보여왔던 인도네시아 정국을 안정시키고 심각한 위기상태에 빠진 인도네시아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인 와히드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이슬람 단체인 NU(Nahdlatul Ulama)의 의장으로서 폭넓은 종교적 관용을 바탕으로 한 국민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 지도자로 간주되고 있으며, 부통령인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 최대정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당수이자 변화와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히드-메가와티 신정부 출범은 인도네시아 여야 정치권의 타협(또는 담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정부통령 선거에 앞서 국민협의회(MPR) 의장에는 이슬람계 국민수권당(PAN) 당수 아민 라이스(Amien Rais)가, 국회(DPR) 의장에는 구 집권당인 골카르당(Golkar)의 의장인 악바르 탄중(Akbar Tandjung)이 선출되었다. 즉 신정부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민주세력과 군부를 포함한 구집권 기득권 세력 그리고 이슬람 정치세력간 첨예한 대결을 회피하고 정국의 파국현상을 막기 위한 편의주의적 타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타협으로 신정부는 인도네시아 내 모든 정파 및 사회세력을 망라하는 대연정(grand coalition) 형태의 거국내각을 구성케 되었는 바, 총 35명의 각료들은 대통령이자 온건 이슬람계 국민각성당(PKB)을 배경으로 하는 와히드, 부통령이자 세속적 민족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투쟁민주당 당수인 메가와티, 보수적 인도네시아 군부(TNI) 지도자 위란토(Wiranto), 국민협의회 의장이자 국민수권당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 이슬람계 군소정당들을 대변하는 라이스, 국회의장이자 구집권당인 골카르당 의장인 탄중 등 정치권 핵심 실세 5인이 합의한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당분간 인도네시아 정치는 와히드 대통령의 포용적 리더십 하에서 여야 구분 없이 주요 사안 및 정책 이슈에 따라 각 정파간 합종연횡하는 현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정치권 내 타협에 의한 대연정 형태의 신정부는 각 정파간 이해 상충 및 갈등으로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을 펴나가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향후 인도네시아 정치권의 새로운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2. 신정부의 주요 정책

(1) 정치 분야

1) 구체제 청산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구정권하에서 언론탄압의 주범으로 비난받아온 공보부를 폐지하는 대신 인권부를 신설하는 등 언론의 자유보장 및 인권신장 등 민주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한 신정부는 전임 하비비 대통령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중단한 수하르토 전대통령 및 일가에 대한 부정축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재개하는 등 구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수하르토 전대통령 일가가 국가재정에 손실을 끼쳤다는 증거 확인과 함께 기소를 추진하고 있다.

2) 부정부패 척결
와히드 대통령은 과거 하비비 전대통령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 받은 혐의로 마헨드라 법무장관, 함자 하즈 공공복지장관겸 이슬람계 통일개발당(PPP) 당수, 파사리부 인력장관 등 수명의 각료들에 대해 비리혐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부정부패 연루 확인 시 각료들을 사퇴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이미 하즈 장관이 사퇴한 바 있다. 또한 신정부는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재산실태를 파악하여 부정부패 여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 하에서 정부관리 및 민간인으로 구성된 공직자 재산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에 있다.

3) 국민화합
와히드 대통령은 구정권 하에서 수감된 정치범을 석방하고 형량을 감면하는 등 유화조치와 함께, 구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조기 귀국을 종용하는 등 국민화합을 위한 제반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한편 신정부는 과거 동티모르 및 아쩨(Aceh)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 등을 둘러싼 군의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중에 있으며, 아쩨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위란토 현 정치안보 조정장관 등을 포함한 과거 군 수뇌부인사들에 대한 소환심문을 실시한 바 있다.


(2) 경제 분야

1) 국제 신인도 제고
신정부는 경제회복을 위해 국제 신인도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신정부는 하비비 정권 하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부정 사건(Bank Bali scandal)으로 일시 중단되었던 IMF와의 정책협의를 재개함으로써, 지속적인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데 이어 IMF는 금융부정 사건 및 동티모르 사태로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자금지원을 재개키로 결정했다. 이어 World Bank 및 일본, 미국 등 주요 원조 공여국들도 차관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신정부는 은행 이자율을 하향 조정하는 등 위축된 기업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외국기업 및 원조공여국들을 대상으로 시장경제체제 유지, 각종 규제완화 등 정부의 경제개혁정책을 홍보하는 등 해외자본 및 기술유치 확대를 모색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 정책조정 능력 강화
신정부는 국가경제운용에 대한 정책자문을 위하여 저명한 학자 및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경제 자문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와 민간경제 분야의 정책 자문을 위해 기업인들로 구성된 국가실업발전 위원회(National Business Development Council)를 설립하여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조정 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3) IMF 신의정서 채택
신정부는 2000년 1월 20일 인도네시아의 2000년도 예산을 확정하고 자금지원을 재개키로 결정한 IMF와 신의정서(A New IMF Letter of Intent)를 채택함으로써 향후 거시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확정한 바 있다. 동 의정서는 금융 및 재정, 투자 및 무역, 공기업 운영, 관련 법제도 개편, 농업 및 임업, 에너지 등 인도네시아 경제의 전 분야에 대해 야심적인 경제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신의정서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으로 2000년도에는 적어도 3-4%의 경제성장(중기적으로는 5-6%)을 이룩하고 인플레를 5% 내외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예산운용과 통화관리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나아가고, 둘째, 경제성장을 희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은행 및 금융권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나가면서, 셋째, 고질적인 부패구조를 과감하게 시정하기 위해 경제운용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의정서는 과거 IMF가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엄격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한 결과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대내외적 비판을 감안하여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는 상당한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에너지 등 일반 서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축소는 사회안정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키로 한 점 등이 바로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신의정서는 최근 인도네시아 내 증대되고 있는 각 지방정부의 자치확대 및 재정수입 증대 요구에 부응하여 2001년부터 지방재정을 확충해 나가되, 중앙정부가 거시경제정책 조정능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시행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 외교 분야

1) 전방위 방문외교
와히드 신정부가 가장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외교분야라고 할 수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ASEAN 회원국, 미국, 중국, 일본, 중동 제국 등을 연이어 방문한 바 있으며, 이어 유럽각국과 인도, 한국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와히드 대통령의 활발한 전방위 방문외교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인도네시아 신정부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대외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의 전방위 방문외교의 최대성과는 중국, 일본, ASEAN 등 아시아 각국 및 미국 등으로부터 현재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소요가 속발하고 있는 아쩨(Ache) 및 파푸아(Papua: 과거 이리안 자야를 최근 파푸아로 개칭함) 등이 이미 독립된 동티모르(East Timor)와는 달리 인도네시아 영토의 일부임을 국제적으로 확인 받았다는 점이다. 즉 아쩨 및 파푸아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재확인하고 이들의 분리독립 문제에 대해 국제적 간섭이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와히드 정부는 1975년 동티모르 무력합병으로 24년간 단절된 포르투갈과 외교관계를 재개하고, 미수교국인 이스라엘과도 경제통상 분야의 협력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관계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한 동티모르 분리독립 과정에서 극도로 관계가 악화된 호주와 점진적 관계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동티모르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기 위한 교섭도 병행하고 있다.

2) 신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와히드 신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인도네시아 신정부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은 서구세력 특히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질서에 대응해 중국,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동시에 ASEAN,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간 지역협력을 심화하여 아시아의 새로운 세력균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2000년 1월 공개된 연례외교정책 백서에 따르면, 오늘날 국제관계의 문제점은 "서구세력이 (압도적) 정치, 경제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의지와 정치적 의제를 여타 개도국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려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상호 전략적 협력구도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와 정치전략적 동반자 관계(political strategic partnership)를 설정하고 동아시아 국가들간 느슨한 지역 블록(a loose pseudo-regional block)을 형성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아시아 국제질서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외교정책 기조는 중도적이고 신중했던 수하르토 정권의 인도네시아 외교정책 정향과는 다소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과거 수카르노 시절의 반서방적이고 대결적인 대외정책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신외교 정책은 일반적으로 개도국간 연대를 강화하여 서구세력의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역내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 및 서구국가들과 대응한 협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신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전통적으로 자국의 주권을 강조하는 독립적 외교노선을 추구해 왔던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 독립과정에서 국가의 주권과 자존심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국민들의 지배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3. 신정부의 주요 과제

(1) 지역분리독립 문제
현재 인도네시아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 도전은 과연 향후 인도네시아가 하나의 단일적 국가형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수하르토 체제 붕괴 후 아쩨, 파푸아(구 이리안 자야), 리아우(Riau) 등 인도네시아 내 각 지역의 분리독립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단일성 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도네시아의 지역분리독립 문제는 주로 정치, 인종, 종교, 문화적 연원에서 출발했으나, 수하르토 체제 붕괴 후 새롭게 나타난 분리독립 움직임들의 특징은 경제적 변수가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리아우 지역과 같이 석유 및 천연가스 그리고 관광에서 얻어진 지방수입의 대부분을 중앙정부에 바쳐야하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분리독립 문제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1999년 8월 30일 주민투표에 의한 동티모르의 독립결정은 여타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에 중대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와히드 정부 출범 이후 현재 가장 강력한 분리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아쩨 지역이며, 현재 아쩨 지역 주민들은 동티모르와 같이 자신들의 분리독립 여부를 주민투표에 붙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쩨 지역의 분리독립 문제는 오랜 역사적 연원을 가지고 있으며, 아쩨 지역의 종교와 문화는 인도네시아 여타 지역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쩨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여 분리독립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기반(일인당 GNP 1만불 정도)을 갖출 수 있는 조건도 있다.
아쩨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무장독립 게릴라(Free Aceh Movement: GAM) 투쟁이 전개되면서부터이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군대를 상주시키면서부터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아쩨의 독립운동 세력은 중앙정부와 아쩨주와의 불평등한 경제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투쟁을 전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최근 아쩨 지역은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 및 가스 등 천연자원 개발수입을 독점해 왔던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군의 무자비한 인권유린(현재까지 사망자가 5천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을 비난하는 주민반발이 증폭되면서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분리독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 하에서 아쩨주에 대한 자치확대 및 지방재정 확충, 인권유린과 관련한 군인사 처벌을 약속하면서 아쩨 지역의 각계 대표들과 대화 및 협상을 추진 중이다. 최근 와히드 대통령이 아쩨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아쩨 지역 대표들과 대화를 가진 바 있으나, 아쩨 지역의 무장독립 투쟁을 주도하는 GAM측은 독립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별다른 상황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아쩨 문제의 심각성은 아쩨 지역이 분리독립할 경우 인도네시아 전역이 분열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미 파푸아, 리아우, 남술라웨시, 동칼리만탄, 말루꾸, 발리 등에서 각종 분리독립 및 자치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만일 아쩨가 분리된다면 인도네시아는 구소련이나 유고연방처럼 핵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지방자치 확대, 지방재정 확충, 과거 인권유린 및 잔학행위와 관련된 군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연방제 모색 등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도 문제해결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 종교분쟁
지역분리독립 문제와 함께 현재 인도네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도전 중 하나는 종교분쟁이다. 종교분쟁의 진원지는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꾸(Maluku) 제도인 바 1999년 12월 주도인 암본(Ambon)에서 발생한 기독교도와 무슬림간 발생한 무력충돌이 현재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암본에서 발생한 종교분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루꾸 전역, 남술라웨시, 롬복(Lombok)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2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자바의 일부 지역에서도 무슬림들에 의한 기독교계 신학대학이 피습당한 사례와 이슬람 사원에 대한 폭탄세례 등의 사건들이 발생한 바 있다. 사태 발생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암본에 병력을 증파하고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무슬림들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군부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암본의 기독교도들은 오히려 자국군대의 철수와 UN의 평화유지군 파견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본의 기독교도들은 무슬림들로 구성된 진압군이 이슬람계 주민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분쟁의 진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도네시아의 종교분쟁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정상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고 할 수 있다. 말루꾸 지역의 종교갈등은 오랜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서 무슬림(56%)과 기독교도(43%)간 종교, 문화적 괴리에 따른 반목 때문에 분쟁의 가능성이 분명히 상존하고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종교분쟁에 대해 다분히 외부세력의 사주와 공작에 의해 발생되고 증폭되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증거가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일반적인 시각은 사회혼란을 조성함으로써 개혁적인 신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에 의해 종교분쟁이 배후에서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종교적으로 중세기적 상황 하에서 살고 있는 다수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구체적 증거의 불충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즉 구기득권층의 핵심에 있는 수하르토 전대통령 측과 연결된 군부 내 일부 장성 그룹 및 청년조직 그리고 이교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종교분쟁을 배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정부 출범 후 추진되고 있는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처벌문제와 동티모르 및 아쩨 지역에서의 인권유린과 관련한 전현직 군수뇌부에 대한 조사 및 책임추궁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최근 기독교도에 대한 성전(jihad)을 선포한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정치적 움직임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와히드 대통령도 종교분쟁 배후에 "어둠의 세력(dark force)"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음모론적 시각은 비단 종교분쟁뿐만 아니라 자바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이슬람 성직자들에 대한 엽기적 살인사건들 그리고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고교 청소년들의 집단폭력도 극도의 사회불안을 조성함으로써 신정부를 혼란에 빠트려 시간을 벌려는 구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공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3) 군부의 정치개입
인도네시아 민주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군의 정치적 역할을 어떻게 축소, 폐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군부는 아직도 국회 내 38석의 의석을 할당받고 있으며, 상당수의 현역 군장성 및 장교들이 각료 및 주지사 그리고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군의 정치개입을 점진적으로 축소,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려 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적어도 2004년까지는 군의 정치개입이 종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후 먼저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문민우위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으며, 해군과 공군을 측면 지원하여 지금까지 군부 내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던 육군을 견제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와히드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육군 출신이 독점해 왔던 통합군 사령관직에 해군출신 인사를 임명하고, 대통령과 문민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부 주요 보직의 육군 장성들을 주로 해, 공군 출신 장성들로 교체했다. 또한 최근에는 군부 내 최고 실력자 위란토 현 정치안보 조정장관 등 현역 장성으로서 와히드 정부의 각료직을 겸직해 왔던 4명의 군출신 인사들의 전역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바 있다.
사실 인도네시아 군부, 특히 과거 수하르토 체제의 핵심적 버팀목이 되어왔던 육군의 정치적 입지는 사면초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수하르토 체제 붕괴와 함께 인도네시아 군부의 위상과 사기는 현격하게 저하되었으며, 와히드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과거 아쩨와 동티모르에서의 인권유린 문제와 관련하여 전현직 군수뇌부는 법적인 책임 추궁까지 당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와히드 정부는 1999년 12월 국회에서 아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과거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아쩨 내 잔학행위와 관련하여 위란토를 포함한 전현직 군수뇌부에 대한 조사 청문회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동티모르 주민투표 이후 인도네시아 군부와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에 의해 자행된 동티모르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한 정부 조사위원회(KPP-HAM)는 2000년 1월 31일 위란토 등 다수의 군인사가 이에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으며,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와히드 대통령은 위란토의 각료직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나, 위란토는 사법절차를 통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것이라며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동티모르 문제와 관련하여 UN은 관련 책임자를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와히드 정부는 이들을 국제법정에 세우지 않는 대신 철저히 수사하여 국내법에 따라 엄중 처벌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결코 군부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 오히려 와히드 정부는 이를 계기로 문민우위를 확보하고 군의 정치개입을 봉쇄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반면 위란토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군지도부는 자신들을 압박해 들어오는 와히드 정부에 저항해 왔으며, 최근에는 와히드 정부를 전복하려는 군부 쿠데타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인도네시아는 와히드 문민정부와 군부간 힘겨루기(power play)가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4) 구체제 청산
향후 와히드 정부가 회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는 수하르토 일가 처벌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구체제 청산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와히드 대통령이 구체적 방향을 언급한 적은 없으나, 기본적으로 수하르토 및 그 일가를 모두 부정부패 혐의로 법정에 세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선결조건이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과 관련된 구체제의 정치적 유산들이 먼저 청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수하르토 전대통령과 깊은 정치적, 개인적 유대를 가진 군부, 특히 위란토를 중심으로 하는 육군 내 일부 장성들을 거세하지 않고는 이들을 곧바로 법정에 세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구체제 청산 문제는 종교분쟁 등 사회불안을 조성하여 시간을 벌면서 신정부에 저항하는 구기득권층을 정치적으로 단죄하고 제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부의 정치개입 종결과 관련한 정치권의 세력구조 개편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5) 정계개편
비록 와히드 정부가 정치권의 타협으로 출범하기는 했으나, 현재와 같은 연립정부 형태가 향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도네시아 내 모든 정파를 총망라하고 있는 와히드 신정부 내각은 신 민주세력과 구 반민주세력, 다양한 강·온 이슬람 그룹과 세속적 민족주의 그룹 그리고 군부인사들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적대적 정치세력간 편의에 의한 불안정한 정치적 동거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히드 신정부 내각은 출범 이후부터 계속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노정해 왔으며, 이는 와히드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미 수명의 각료가 과거 부정부패 혐의로 내부적으로 조사 받고 있는 상태에서 1명의 각료는 이미 사퇴한 바 있으며, 위란토 정치안보 조정장관은 동티모르에서의 인권유린과 관련한 책임문제로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각료들이 대통령에게 충성하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정파의 보스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음은 물론 정부내 부조화 현상까지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개각에 대한 필요성 제기와 함께 정계개편 문제가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지역 분리독립, 종교분쟁, 헌법개정 등 당면한 주요 정치이슈와 관련하여 각 정파간 이해관계 및 의견차에 따라 새로운 합종연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이 창당한 온건 이슬람계 국민각성당과 메가와티 부통령이 이끄는 투쟁민주당간에는 상호 정치적 동반자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이들과 라이스 국민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 이슬람계 군소정당들과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또한 구집권 골카르당은 탄중 의장 및 마르주키 다루스만(Marzuki Darusman) 부의장(현 검찰총장 겸직)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그룹과 수하르토 및 하비비를 추종하는 수구세력간 내부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당의 분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향후 정계개편은 군의 정치적 역할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 그리고 구체제 청산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강·온 이슬람 세력간 역학관계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위란토의 정치적 장래와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그리고 와히드를 중심으로 하는 온건 이슬람 정치세력과 라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근본주의 강경 이슬람 정치세력간 관계설정이 정계개편을 가름하는 주요 변수들이 될 것이다.

(6) 경제회복
심각한 위기상태에 빠진 경제를 빠른 시일 내 회복시키는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문제와 더불어 와히드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경제를 회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정부와 IMF가 합의한 바 있듯이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이미 설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와히드-메가와티 신정부 출범은 인도네시아 경제회복에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져 왔다. IMF 및 World Bank 등 국제금융기관과 외국인 투자가들은 두 사람을 인도네시아의 국제신인도를 높이고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교들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보여온 와히드 대통령과 화교 기업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메가와티 부통령 정부의 출범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인도네시아를 이탈했던 대규모 화교자본이 회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회복은 IMF 및 World Bank 등 국제금융기관의 구제기금 외에도 화교자본의 본격적 참여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국제신인도는 여전히 제고되지 않고 있으며, 화교를 포함한 해외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고 계속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 분리독립 움직임, 종교 분쟁, 군부 쿠데타 가능성 등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제회복을 위한 정치적 안정의 회복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이와 같은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더욱 악화된 상황에 직면하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최근 실업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2000년 1월에 이미 2천만명(1998년 2월 실업자 870만, 반실업자 1,840만명)을 넘어 섰는 바 이는 전체 노동인구에 15%에 달하는 수치이다. 여기에 반실업 상태에 있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감안한다면 전체 노동인구의 ⅓ 정도가 사실상 실직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는 복지증진에 대한 민중적 요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으나, 신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향후 민주화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수많은 사회, 경제적 욕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될 수도 있다. 수하르토 체제 붕괴 이후 진행되고 있는 민주화 과정에서 대중적 차원의 정치동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일자리 창출 및 임금인상 등 민중적 복지요구가 한꺼번에 표출될 가능성이 높은 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7) 부정부패 척결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문제는 신정부의 중요한 중장기적 과제라 할 수 있다. KKN(collusion, corruption, nepotism의 약자)으로 대변되는 수하르토 정권시절의 부정부패는 신정권 출범 이후에도 별로 개선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과거 부패한 관행에 젖어있는 관료들이 아직도 그대로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이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는 엄청나게 심각한 상태이다. 일상화된 뇌물관행은 물론 국가예산의 ⅓이 관료들의 개인적 수입이 되고 있을 정도로 부패하기 때문에, 이는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만들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가일층 왜곡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정부패의 관행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향후 인도네시아 국가 및 경제발전의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신정부는 공직자 재산조사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으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워낙 뿌리 깊게 고착된 부정부패의 관행을 단시일 내 제거해 나가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수하르토 일가의 부패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 및 처리는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 구조를 시정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대외적으로 국가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향후 전망

(1) 대군부관계
신정부 출범시 다당연합체 형태를 띤 취약한 와히드정부는 수하르토 권위주의체제 붕괴 후 진행되고 있는 체제 이행 과정에서 하나의 과도체제(transitional regime)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와히드 대통령의 건강문제와 국정운영 경험부족 그리고 메가와티 부통령의 능력에 대한 의문 등으로 신정부는 많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실제로 신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군부와의 관계, 아쩨 독립문제, 말루꾸 종교분쟁 등 수많은 문제점과 도전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넘긴 와히드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일단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집권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와히드 대통령의 일차적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문민정부에 도전하는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와히드 대통령으로부터 사임을 요구받고 있는 위란토의 정치적 장래가 현재 초미의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향후 위란토는 결국 사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군부 내 반문민정부 세력도 궁극적으로 제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부를 포함한 어떠한 정치적 반대세력도 인도네시아 최초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와히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군부의 정치개입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여론도 위란토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UN 등 국제사회는 위란토 등 동티모르 인권유린 관련자들이 인도네시아 국내법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경우, 이들을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강력한 압력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와히드 대통령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첫째, 위란토는 수하르토 체제 붕괴 후 내부적으로 사분오열 되어 있는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며, 둘째, 육군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공군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해·공군은 이미 와히드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고, 셋째, 일단 쿠데타가 기술적으로 성공한다 해도 군부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인 바, 인도네시아 군부는 이러한 희생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 주요 현안해결 방향
와히드 대통령이 군을 장악한 이후에는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등 구체제 청산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우 와히드 신정부는 이들을 모두 법정에 세워 유죄를 확정,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이나, 평소 관용적인 와히드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연로한 수하르토 전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정치적으로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을 장악한 와히드 대통령은 아쩨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며, 아쩨주에 대해 독립은 허용하지 않는 대신 국방, 외교, 화폐 등을 제외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특별자치(special autonomy)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와히드 대통령은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만을 고수하며 신정부와 일체 대화 및 타협을 거부하는 독립무장 투쟁세력인 GAM에 대해서는 군사적 공세를 통하여 이들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신정부와 대화할 태세가 되어 있는 아쩨 내 여타 세력들과 협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말루꾸 지역 등 종교분쟁에 대해서도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종교분쟁에 대해서 와히드 대통령은 현재까지 군사력 사용을 자제해 왔는 바, 이는 자신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한 군부의 정치적 비중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이 군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종교분쟁을 진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무력의 사용을 자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구체제 청산과 함께 배후에서 종교분쟁을 조정하는 수구세력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과 같이 와히드 대통령이 군을 장악하여 구체제 청산, 지역 분리독립 문제, 종교분쟁 진화 등 주요 현안 해결에 진전을 이룩해 나갈 경우, 인도네시아의 본격적 경제회복도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와히드 문민정부의 군부장악은 추락했던 국제신인도를 제고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관망하고 있던 다수의 해외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정계개편 방향 및 후계구도
군부의 정치개입 종결과 구체제 청산은 향후 인도네시아 정계개편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최근 국민협의회의 라이스 의장이 2000년 8월 중 헌법개정을 시사하고 있는 바, 이는 정계개편의 향방을 가름하는 또 다른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의장은 현재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자동적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조항(헌법 8조)을 개정하여,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통령인 메가와티의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시사하고 있으나, 라이스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적 야심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와히드 지지세력인 국민각성당과 메가와티의 투쟁민주당 그리고 구집권 골카르당 등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 조항의 헌법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1999년 10월 대통령 선거시 라이스는 "central axis"라고 불리는 자신의 국민수권당 및 통일개발당 등 다수의 군소 이슬람계 정치세력을 동원하여 와히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신정부 출범 후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를 둘러싸고 와히드 대통령과 관계가 줄곧 악화되어 왔다. 이는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 이슬람 정치세력의 양대축인 온건 NU(Nahdlatul Ulama: 와히드 주도)와 강경 무하마디아(Muhammadiyah: 라이스 주도) 세력간 뿌리 깊은 갈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와히드 대통령은 종교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라이스 의장은 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야 한다는 근본주의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지난 대선시 하비비 전대통령 대신 와히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일조한 구집권 골카르당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내분요인이 잠재해 있으며 궁극적으로 분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탄중 당의장 및 다루스만 부의장 등 당내 개혁적 지도부는 지난 선거시 하비비 전대통령 대신 와히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후 당내 친수하르토-하비비 구룹과 개혁적 지도부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과 같은 변수들을 감안할 때 향후 정계개편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전망된다. 와히드 대통령과 마토리 압둘 잘릴(Matori Abdul Djalil)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국민각성당(PKB)과 메가와티의 투쟁민주당(PDI-P)은 새로운 집권연합의 중핵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메가와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라이스의 국민각성당(PAN) 및 함자 하즈의 통일개발당(PPP)을 중심으로 한 기타 군소 이슬람계 정당들은 야권 세력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골카르(Golkar)당은 궁극적으로 분열되거나 해체될 가능성도 높은 바, 탄중 및 다루스만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개혁 그룹은 집권연합의 일부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며, 친 수하르토-하비비 그룹 및 당내 이슬람 세력은 야권세력으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집권 연합세력은 정치권내 온건 이슬람계 및 세속 민족주의 그룹을 중심으로 개혁적 구집권 세력이 동참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며, 야권세력은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구집권 세력의 일부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집권세력 대 야권세력의 국회 내 의석분포는 대략 2:1 또는 7:3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집권연합은 궁극적으로 말레이시아의 UMNO와 같은 거대 여당을 형성하여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구도가 성립된다는 인도네시아 정치는 온건 이슬람 및 세속민족주의 세력 연합과 강경 무슬림 정치세력간 갈등과 대립의 형태를 띠게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현대 인도네시아 정치의 전형적 모습이 체제변동에도 불구하고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걸쳐 꾸준히 진행되어온 이슬람화 과정이 향후 인도네시아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슬람화 과정의 진척에도 불구하고 강경 이슬람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을 경우, 이에 좌절한 강경 이슬람 그룹의 정치 행태가 보다 과격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이와 같은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도네시아 정치의 최대 쟁점은 역시 후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 대통령이 건강상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현재의 구도 하에서는 일단 부통령인 메가와티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만 와히드 대통령이 건강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퇴임할 경우에는 와히드가 여전히 막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이 건강상의 문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경우 메가와티 부통령은 명실상부한 실질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될 것이다.

(4) 대외관계
비록 신정부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고 동아시아 국가들간 역내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외교정책 기조를 천명한 바 있지만, 향후 신정부가 이를 구체화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들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및 EU 등 서방국가들의 지원이 무엇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 등 서방세력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가진 아시아 지역의 주요 국가들이 전략적 동반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구도가 성립되기는 실제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직도 중국과 인도간 해묵은 갈등관계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상호 실리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중국-인도네시아 관계와는 달리 인도네시아-인도간 실질적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신외교노선이 실제로 구현되기보다는 하나의 정치적 수사(political rhetoric)에 그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네시아 신정부 외교정책 기조는 최근 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간 역내 협력을 촉진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역내 협력은 중국-인도-인도네시아간 전략적 협력구도보다는 훨씬 현실성과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최근 수년간 ASEAN과 동북아 국가들간에는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협력 구도를 모색하려는 논의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인도네시아는 위협받고 있는 국가적 통일성을 유지하고 피폐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과거 수하르토 체제하에서 동남아 지역의 최대국가로서 누렸던 전략적 지위를 바탕으로 ASEAN을 중심으로 한 역내 주도국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인도네시아가 경제회복을 통하여 동남아 지역에서 자신의 국제적 역할을 재정립하고 역동적인 국가로서 새로운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적어도 수년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5) 인도네시아의 장래
현재 아쩨 등 지역 분리독립 움직임과 말루꾸 등 종교분쟁 등으로 인도네시아가 단기적으로 분열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쩨의 독립이 불가능한 이유는 동티모르의 경우와는 달리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사분오열 되어 있어 독립을 주도할 만한 효율적인 지도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루꾸 등 종교분쟁도 잠재적으로 재연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지만 이 문제 하나만으로 국가 전체가 분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장래에는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족 및 종교를 배경으로 2억이 넘는 인구가 1만개 이상의 섬들에 거주하고 국가이기 때문에 항상 국가적 통일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자카르타 중앙정부와 자원이 풍부한 지방정부간 불평등한 경제관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이는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바를 제외한 여타 지역의 신세대들은 식민종주국 네덜란드에 대해 국민적 무력투쟁을 전개했던 전후 민족혁명기(1945-49)를 경험한 구세대가 국가적 단일성 유지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바 중심의 자카르타 중앙정부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도네시아가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인도네시아의 장래를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방제 외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연방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단기적으로 연방제가 채택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독립시 연방제를 강요했는 바, 다수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연방제 자체를 서구 등 외부세력이 인도네시아를 분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쩨, 파푸아, 리아우 등 현재와 같이 각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제를 성급하게 채택할 경우, 이는 곧바로 인도네시아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인도네시아는 최근 구체화되기 시작한 각 주정부 차원의 자치 및 재정확충 등 지방자치 제도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실정에 적합한 연방제도를 모색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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