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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민속공예품 그리고 수공예상품:
타이 수공예품 의미체계의 역사적 형성과 성격
김이선
기본적 욕구 충족의 도구로서, 사회관계의 매개체로서, 또는 다양한 관심과 의도를 표현하는 상징물로서 삶의 전반에 관련되어 있는 물품의 생산과 교환, 소비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관심사이다. 흔히 물품에 대한 관심은 특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물품을 물질적으로 제조해 사용하는데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물질적 차원은 사회적 실체로서의 물품을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하다. 물품과 관련된 실천은 물질적 생산과 동시에 물품의 의미를 구성하고 배포하는, 즉 물질적인 물건을 사회적 실체로 만드는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물품에 대한 문화적 규정은 이러한 차원을 포괄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구성원들은 단순한 물질로서 물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적절한 품목을 선택해 그에 알맞은 방식에 따라 적절한 모양으로 만들고 때와 장소에 맞게 사용하며 취급되는 방식에 따라 주위의 물품을 특정한 의미를 지닌 대상으로 포착한다.
이 글에서는 타이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품 가운데 수공예품을 둘러싸고 발달되어 있는 문화적 규정에 접근하고자 한다. 물론 타이 수공예품에 대해 단일한 문화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타이 사회 내외부의 다양한 주체에 의해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 가운데 이 글에서는 공적인 담론의 장에서 구성된 의미체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타이 역사의 중요한 계기마다 공적인 담론의 장을 지배하던 왕족이나 관료층, 국내외 학자층은 출판과 연설을 비롯한 각종 방식으로 특정한 범주의 수공예품에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외에 수공예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적 선택을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그 의미를 구성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지배엘리트 차원에서 부여된 수공예품의 의미는 행정조직이나 대중매체, 문화적 중개자 등의 중개경로를 통해 타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수공예품에 대한 타이인들의 태도에 영향을 끼쳐왔으며, 이중구조 속에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 차원의 의미 구성작업 역시 지배엘리트에 의해 부과된 의미체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김이선 2003).
사회적 영향력 이외에 지배엘리트를 중심으로 공적인 차원에서 구성된 의미체계에 집중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공예품의 의미와 역사적 구성 경로를 추적하는데 동원될 수 있는 자료 대부분은 지배엘리트들에 의해 생산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 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출판된 타이 수공예품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기초로 타이 사회에서 수공예품이 다양한 의미를 부여받아 왔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구분되는 의미범주로 형성해온 바를 역사적 관점에서 추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각의 범주가 상정하고 있는 생산교환체계를 비교분석하여 전반적인 물품체계 속에서 각 범주가 차지하는 위치와 범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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