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알라’ 용어를 둘러싼 말레이시아 종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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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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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13: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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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 용어를 둘러싼 말레이시아 종교 갈등

조흥국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로, 말레이인 60%, 화인 23%, 인도인 10%, 오랑아슬리 즉 원주민 5%, 기타 2% 등의 종족으로 되어 있다. 말레이인들은 거의 모두 이슬람을 믿는다. 말레이(Malay) 정체성의 기본 가운데 하나가 말레이인은 무슬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약 10%인데, 이 중 개신교 비율이 6%이다. 기독교 신자는 주로 화인과 오랑아슬리들에서 나온다. 말레이시아에서 종교 문제와 민족 및 종족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최근 ‘알라’(Allah) 용어의 사용을 둘러 싸고 이슬람계와 기독교계 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가톨릭계는 오래 전부터 기독교의 ‘하나님’을 말레이어로 번역할 때 ‘알라’를 써왔다.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계는 이를 비판해 왔다. 이에 말레이시아의 내무부(Home Ministry)는 2007년 말에 말레이시아의 가톨릭교회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Herald가 기독교의 신에 대한 번역 용어로 ‘알라’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후속 조치로 ‘하나님’이 ‘알라’라고 번역된 말레이어 성경 15,000권을 압수했다. 이 성경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무슬림들이 ‘알라’를 사용하면 무슬림들이 현혹되고 오도될 수 있음을 우려하여 ‘알라’ 사용을 무슬림에게만 제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슬람 편향적 조치는 2009년 12월 31일 법원의 판결로 무효한 것이 되어버렸다.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로마가톨릭교가 그들의 주간신문의 말레이어 섹션에서 ‘알라’를 언급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말레이어를 사용하는 기독교인들이 ‘신’을 ‘알라’로 표현할 법적인 권리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으며, 이로써 말레이시아에서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보장을 재확인했다.
말레이어에는 유일신의 개념을 정확하게 번역할 단어가 없기 때문에, 말레이인과 토착 부족들은 12세기 아랍 상인들에게서 ‘알라’라는 용어를 차용했다. 오늘날 보르네오 섬의 사바(Sabah)주와 사라왁(Sarawak)주에서 말레이어를 사용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지칭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그것은 인도네시아의 기독교인들과 중동의 아랍어권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주의자 중 한 사람이자 야당 지도자인 전총리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은 말레이 무슬림들이 ‘알라’에 대한 이슬람의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알라’라는 단어 자체는 이슬람교가 생겨나기 전부터 있던 것이다. 아랍어를 포함한 셈어(Semitic)계 언어들은 모두 신을 ‘알라’라고 칭한다. 예를 들면, 아람어에서는 ‘엘라하’(Elaha)라고 하고, 히브리어에서는 ‘엘로힘’(Elohim)이라고 한다. 1400년 이상 동안 아랍어를 쓰는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과 유태인들은 우주의 창조자이신 자신의 신들을 모두 ‘알라’라고 불러왔다.
정부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소했다. 한편 집권당인 UMNO가 소유하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말레이어 일간지인 Utusan Malaysia는 비무슬림들이 무슬림들의 신의 이름을 모독했으며 기독교도들이 절대다수가 무슬림인 말레이시아를 기독교로의 개종을 통해 뒤집어엎을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글을 썼다. 이러한 기사는 말레이시아 무슬림들에게 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과 나아가서는 기독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안와르 이브라힘은 여당과 친정부 언론의 그러한 행위가 무슬림들의 더욱 확고한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말레이시아의 많은 무슬림들은 ‘알라’라는 아랍어 단어는 거룩한 용어로 오직 이슬람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이 무슬림을 현혹하게 만들어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이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금요일 수백 명의 무슬림들은 콸라룸푸르 시내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알라후 아크바Allahu Akbar”(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가운데, 짧지만 요란스러운 시위를 펼쳤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자들이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도발일 뿐입니다”라고 말레이시아 무슬림 대학생연맹의 의장이자 이번 시위의 조직자 중 한 사람인 파이살 아지즈(Faisal Aziz)는 말했다.
법원의 판결이 발표된 이후 2010년 1월 말까지 말레이시아에서 11개의 기독교 교회가 공격을 당했다. 특히 1월 8일 새벽에는 3군데의 교회당이 소이탄 공격으로 방화되었다. 이로써 말레이시아에서 기독교인이 ‘신’을 번역할 때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었다. 이 공격으로 인해 사상자는 없었고, 3군데의 교회 중 1곳만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새벽의 교회당 공격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곳은 콸라룸푸르 교외에 위치한 Metro Tabernacle 개신교 교회였다. 1층 사무실은 방화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른 두 교회당 건물에도 화염병이 던져졌는데, 이 중 한 곳은 Catholic Assumption Church에 속한 건물이었다. 그 와중에서 시크교의 사원들도 공격을 당했다.
한편, 교회당 공격이 있기 직전 말레이시아 사법부의 웹사이트는 해커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자신을 “세뇌(Brainwash)”라고 부른 해커는 ‘알라’라는 용어가 무슬림들에게만 제한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비무슬림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대체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알라’ 용어의 사태가 있기 전부터 이슬람에 대한 급진적 해석이 종종 있어 왔다. 최근의 사례로, 2008년 파항(Pahang)주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카르티카(Kartika)라는 이름의 32세의 말레이-무슬림 여성이 맥주를 주문하여 마시다가 이슬람법 집행공무원들에게 체포되어, 그 이듬해 7월 이슬람 법정에서 6대의 등(籐)회초리 태형과 벌금형에 언도된 사건이 있었다. 이슬람법에 따른 이 판결은 국내외에서 말레이시아의 종교적 관용에 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음주 혐의를 받은 무슬림 여성에 대한 태형은 2010년 4월 1일 파항주 술탄에 의해 한 유치원에서의 3주간 사회봉사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2010년 2월에는 3명의 무슬림 여성이 혼외 성관계를 맺었다는 혐의로 공개적인 태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이슬람법에 따라 태형이 집행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국민에게는 이슬람의 형법과 가족법이, 비무슬림 국민에게는 시민법이 적용되는 이중적인 사법체계를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기독교 교회가 ‘알라’ 사용을 둘러싸고 급진적 무슬림들의 불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와중에, 2010년 1월 27일에는 이슬람 사원에 돼지 머리가 던져진 사건이 발생했다.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멀지 않은 슬랑오르(Selangor)주에 있는 이슬람 사원 두 군데에서 사원 입구의 마당에 비닐봉투에 들어 있는 멧돼지 대가리들이 발견되었다. 범인 및 배후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돼지는 무슬림들이 가장 불결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돼지 머리를 모스크에 던져 놓는다는 것은 무슬림들을 자극하는 모욕적 행위이다. 이 사건은 2009년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콸라룸푸르 인근의 한 힌두교 사원의 부지로 조성된 장소에 힌두교도들이 신성시하는 암소 대가리를 던져 놓은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돼지머리 투척’ 사건은 ‘알라’ 이슈로 인해 격화된 말레이시아의 무슬림-크리스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지브 라작(Najib Razak)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 때 법원의 판결에 대항하는 무슬림들의 항의 시위를 지지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1월 8일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진정할 것을 호소하면서 교회당이 공격 당한 것이 정부의 부추김 때문이라고 비난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는 국가의 조화를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열성적인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민족 국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긴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여당연합인 국민전선(National Front)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 2009년 4월에 취임한 나지브 총리는 야당에게 빼앗긴 유권자들의 지지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소수민족들을 정부 지지세력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말레이 무슬림이 다수인 말레이시아에서 여당의 정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슬람 신앙의 보호자라는 이미지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정치적 분석가들은 나지브가 총 2,7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계와 인도계 소수민족들의 지지를 구하는 것과 최근 갈수록 이슬람 신앙의 정체성이 강화되어 가고 있는 다수민족 말레이인들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말레이시아 국민들 중에는 이 나라의 무슬림들 가운데 점차 이슬람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자가 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는 자가 많다. 이러한 발전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화인들과 인도인들에 위협이 될 것이며, 그것은 결국 해외 자본의 말레이시아 투자를 막게될 것이다. 사실 말레이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 나라가 급진적인 이슬람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09년 11월 나지브 총리는 The Wall Stree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나라를 더욱 강력한 이슬람 신앙의 기반 위에서 작동되는 국가로 전환하려는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어떠한 노력도 저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레이시아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건한 무슬림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12월 31일 대법원의 결정은 오랫동안 온건한 무슬림 국가로 간주되어 온 말레이시아에서 법 질서와 증대되는 이슬람 운동 간 새로운 단층선을 낳고 말았다. 나지브가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따라 2013년에 시행될 선거에서 그가 권력을 쟁탈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Anwar Ibrahim. “Muslims Have No Monopoly over ‘Allah’.” The Wall Street Journal, 2010/1/25.
▪ The Wall Street Journal, 2009/12/31; 2010/1/9; 2010/1/27.
▪ Reuters, 2010/4/1
▪ BBC News, 20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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